"북한, 8000개 폐연료봉 이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이 핵무기급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사용후 핵연료봉을 재처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일부 외신이 보도했으나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미 뉴욕 타임스지는 지난달 31일 미국 정찰위성들이 북한 영변에서 핵연료봉 8천개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트럭들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에 따라 부시 미 정부 내에서 "북한이 대략 6기의 핵무기 제조를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가 본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도발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면서 "문제는 북한이 우리에게 이러한 움직임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위한 조치는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협박하려는 의도를 지닌 북한의 또 다른 도발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2일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봉을 이동한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군 정보당국은 북한 영변 핵단지에 대해 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하면서 정보교류를 하고 있으나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봉을 이동했다는 어떠한 증거나 첩보도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다만 1~2주일 전부터 영변 핵단지 내에서 트럭의 움직임이 활발해 추적 감시한 결과 새 연료봉을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북한 당국이 영변의 5MWe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핵 재처리시설)에 트럭이 드나든 것을 지난달 중순 미군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했으나 이 트럭이 사용후 핵연료봉을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철희.오영환 기자, 외신종합 <ch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