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군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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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군당국은 국악군악대의 창설을 구상중인 것같다. 21일 하오 4시 육본광장에서는 국립국악원의 악사들에 의해 구한말시대의 군악이 연주되어 이채를 띠었다. 날나리(태평소) 북, 장구, 피리, 젓대(대금) 등이 등장했다. 29명의 악사는 구한말 시대의 「유니폼」마저 입고 있어 고풍한 흥취를 한층 더 자아냈다.
국악군악대가 창설된다면 거기에 동원될만한 악사는 1백명쯤의 후보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미 국악원에서 상당한 실력을 기른 사람들이다. 당장이라도 한가락 연주할 수 있는 형편이다. 악사의 훈련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국악의 가락이 현대의 군인체제에 맞느냐 하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육본광장에서 연주된 「취타」의 경우, 한가하고 유현한 곡조로 이어진다. 사기나 군인정신, 더구나 기동성이 최대로 요구되는 현대군인의 정서와는 어떻게 「하머니」를 이룰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국악의 바탕이 용장 하거나 쾌활하지 못한 것은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호전적이고 거칠며, 단순하고 경쾌한 호소력을 갖는 군악의 선율을 거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전통적인 국악은 평화 애호적이며 태평한 귀족풍의 가락이다. 예술성도 높다. 군악 이라고 예술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즉흥적이고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져야 하는 기본요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군악대는 고대 「오리엔트」 제국에도 있었다. 정식편제로 등장한 것은 17세기 불란서의 「루이」 14세 때이다. 「유럽」 각국의 군대에 군악대가 보급된 것은 금관악기가 발달되기 시작할 무렵인 19세기부터이다. 「프랑스」의 「가르드·레퓨부리게느」는 군악대, 영국의 「크게나테이어·가드」 군악대, 기국 수도의 해병대 군악대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연약한 음역의 목관악기가 주요 「멤버」인 국악의 경우, 군악대로서 얼마나 가능할지는 진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장쾌하고 서민적인 농악대를 구상한다면 별문제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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