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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두 자녀 미국 브라운대·서울국제학교 보낸 승지민씨

중앙일보

입력

외모와 패션은 딱 ‘강남 싸모님 스타일’이다. 미모도 남부럽지 않고 20, 30대 미시처럼 청바지를 너끈하게 소화해낸다. 승지민(46·사진) 지민아트 대표는 그러나 알면 알수록 ‘의외’ 투성이다.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외국에서 살았다. 사고가 자유로울 법도 한데 보수적이다. 귀족들의 취미생활중 하나였던 ‘포슬린 페인팅’ 기법을 유럽에서 배운 공예가이면서도 정작 작품은 한국적 미를 추구한다. 외국에서 돌아온 2002년부터 현재의 집(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12년째 살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에는 눈을 돌린 적이 없다. 그럼에도 딸 김지수(18)양은 미국 아이비 리그에 속한 브라운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해 1학년에 재학 중이고 아들 지호(16)군은 성남의 서울국제학교 3학년이다. 지난 8일 승 대표를 만났다.

-강남에서 두 아이 잘 키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강남은 교육과열 지역이다. 아이들이 미국과 폴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귀국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고심하다 국제학교에 보냈다. 나는 귀국하자마자 ‘지민아트’라는 이름으로 국내 첫 포슬린 페인팅 아카데미를 열었다. 솔직히 애들을 잘 교육시킬 자신이 없어서, 겁이 나서 국제학교에 보낸 것도 있다. 학원비나 과외비도 너무 비싸 애들을 보내고 싶지도 않았고 애들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엄마로서 해 준 게 있다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준 것 아닐까 싶다.”

-국제학교의 교육방식이 국내 학교와 차이가 있나.

“서울국제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학년에 80~100명이 다닌다. 거기선 학생들이 적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지수가 글을 잘 썼다. 책을 많이 읽었다. 학교 성적이 ‘톱(최우수)’은 아니었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언어에 소질이 있고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하기 싫은 건 안 했다. 미국 대학들도 학교 성적보다 원하는 걸 소신껏 준비한 학생들을 뽑더라. 지수가 지난해 7~8곳에 지원했는데 대부분 합격했다. 어느 대학 학장은 ‘에세이가 너무 감동적이다. 꼭 뽑고 싶다’는 내용의 친필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다. 한국이 예술·문화 분야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교육 분야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지호는 국제디베이트(토론) 대회에 출전을 많이 했다. 이스탄불·멕시코·독일 등에서 열리는 청소년토론대회에 참가했다. 지난해 멕시코 토론대회에선 2등상을 탔다. 세계적인 개인 랭킹도 10위권에 든다.”

-부친이 승병일 전 광복회 부회장이고 시아버지가 김용환 전 자민련 부총재다. 시아버지는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승 대표 자신이 ‘엄친딸’에 ‘엄친며느리’ 아닌가.

“딸 넷 중 막내딸이다. 부모님이 이북 출신이다. 친할아버지와 증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하셨다. 지주로서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고 한다. 아버지도 독립 유공자다. 남강 이승훈 선생이 하는 오산학교 다니다가 중학생 때 독립운동 사건에 연루돼 감옥살이를 하다가 해방 때 출옥했다. 남한에 내려와 혜화전문학교(현 동국대) 영문학과를 졸업한뒤 한국전쟁 때 통역장교로 활약했다. 시아버지는 엄하면서도 자상한 분이다. 나는 정치적인 건 잘 모른다.”

-포슬린페인팅 전도사가 된 계기는.

“남편 직장 따라 폴란드에서 살게 됐는데 거기서 배운 게 업이 됐다. 포슬린페인팅은 유약을 입힌 백자 위에 다양한 색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도자 장식 기법이다. 중국에서 시작돼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고급 취미 공예로 각광받고 있다. 나는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대 평생교육원, 서울여대 플로라 아카데미 등에서 강좌를 운영 중이다. 백화점은 거의 전점에 들어가 있다. 미국의 미술대학에는 30대 넘어서 입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테크닉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철학을 갖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을 뽑더라. 테크닉은 나이 들어서도 익힐 수 있다. 나부터 대학(서울대) 때 미술이 아니라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전시회 수익금 중 일부로 미혼모들을 지원하고 있다. 요즘엔 은퇴 후 취미로 삼겠다며 찾아오는 남성 분들도 종종 온다.”

-포슬린페인팅 공예가로서 섭섭했던 적은 없었나.

“포슬린페인팅을 취미생활쯤으로 낮춰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속이 상하다. 전시회 때 온 관람객 중에 ‘서양의 마이센이나 로얄 코펜하겐을 사지 누가 이름없는 수공예품을 비싸게 사지’하는 사람이 있다. 고가의 외국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실을 보면서 좌절도 했다. 내가 얻은 결론은 나만의 브랜드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디자인한 여성의 인체 토르소는 독창적이다.”

-올해 계획은.

도자기 작품 ‘정과 동’(왼쪽), ‘유월’.

“하얀 백자는 한국의 17, 18세기 도자기를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 2010년부터 달항아리 형태의 하얀 백자에 단청이나 한복에 나타나는 화려한 컬러를 입힌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오는 9월께 전시회를 연다. 이번엔 도자 작가랑 협업해 달항아리를 납작형, 세로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해 보려 한다. 조선 백자의 21세기 판을 형상화하고 싶다. 달항아리의 모던한 변형, 달항아리의 반란을 보게 될 것이다.”

● 승지민 지민아트 대표=서울 출생(1966년). 진선여중·숙명여고·서울대고고미술사학과 졸업, 산호세 주립대 여성학 석사(1996), 폴란드·독일 등지에서 포슬린페인팅 과정 수료(98~2002), 지민아트 포슬린페인팅 아카데미 설립(2002), 국제포슬린작가협회(IPAT)은상 수상(2004), 월드포슬린컨벤션(리스본)금상 수상(2005), G20 서울 서밋 행사 시연회 참여(2010), 월드 포슬린컨벤션(밀라노)국제협력상 수상(2012), 전시회 20여 회 개최.

<글=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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