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기·내수주 ‘맑음’ … 화학·철강·조선 '흐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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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상장 기업들이 1분기 성적표를 내놓는 ‘어닝 시즌’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번 달 초 32조원으로 추정했던 증권사들의 코스피 200 기업에 대한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번 주 들어 30조6000억원으로 4.4% 하락했다. 특히 경기 민감 업종은 큰 폭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조정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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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실적 발표에서 증권사들이 가장 좋게 보고 있는 업종은 전기전자다. 한 달 전과 비교해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5% 이상 올린 곳 중에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가장 많다. 삼성테크윈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새 53%나 상향됐고, SK하이닉스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회사 중에서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8조7000억원으로 시장전망치(8조5000억원)를 웃돌았다. 22일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도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 이승현 연구원은 “IT장비 업종을 제외하고 IT소프트웨어·반도체·하드웨어·디스플레이 업종 모두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틸리티 업종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한국전력은 전력수요 증가율 둔화와 원화재 가격 하락, 원화 강세라는 트리플 호재로 인해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료·제약·소비자서비스 등 일부 내수주도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에너지·산업재·소재섹터 등 이른바 경기 민감 업종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많이 타는 화학·철강·조선·기계·건설·해운·항공 등이다. 중국 경기가 부진한 데다 시진핑 정부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면서 국내 자본재 기업에 대한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전과 대비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50% 이상 급감한 회사 5곳 중 3곳(한진중공업·현대미포조선·CJ대한통운)이 경기 민감 업종이다. 운송업은 영업이익 전망치가 무려 97.6%나 줄었다. 미디어·보험업도 10% 이상 하향 조정됐다. 대신증권 이대상 연구원은 “올 들어 기업 영업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되고 있는 데는 소재·산업재·경기소비재 업종 탓이 컸다”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엔저와 리콜 충당금, 주간 2교대제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현대차는 이번엔 소송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노조는 최근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명절귀향비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다시 계산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만일 회사가 패소할 경우 1조5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돼 올해 영업이익이 17%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주가는 급락세를 보여 22일에는 18만 30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회사에 발표 4주 전에 투자했다면 발표 당일 약 4%의 평균 수익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 발표 후 수익률은 다소 떨어졌다. 반면 어닝 쇼크를 기록한 회사들은 실적 발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다. SK증권 정수헌 연구원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회사에 실적 발표 전에 투자하면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고, 반대로 어닝 쇼크 종목들은 발표 전은 물론 발표 이후에도 당분간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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