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규제 도 넘으면 역작용" … 민주당 "경제민주화 말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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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또 충돌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두 달 넘게 씨름을 벌여 온 양당이 이번엔 경제민주화 입법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놓고 정면으로 부닥치고 있다. 두 당의 시각차가 큰 데다 충돌의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어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첫 번째 충돌지점은 경제민주화 입법 문제다. 박 대통령이 15일 “기업 투자를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가 아니다”며 국회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과속조짐을 빚고 있다는 우려를 밝히면서 표면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16일 박 대통령과 민주당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단과의 만찬에서 김영주·김현미·오영식 의원 등 3명이 번갈아 나서 “경제민주화는 대선 공약사항인 만큼 최고결정권자로서 꼭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는 제가 반드시 해낼 거다. 제가 하도급 업체에도 관심을 갖고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란 사람도 있다. 그런 의지는 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에 대해 (공약으로) 내건 것은 반드시 법안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도를 넘게 되면 오히려 역작용이 많이 날 수 있다”며 전날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누리당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6일 “계속 선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인기영합적 법률만 먼저 통과되면 경제활동이 자꾸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잘못하는 것은 엄정하게 징벌하더라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은 최근 감사원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2004년부터 소급 적용할 것을 국세청에 요구한 걸 문제 삼았다. 그는 “과거의 일감 몰아주기까지도 세금을 물리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감사원이 너무 오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이 시작된 시점에서 청와대가 다시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발언을 쏟아붓고 있다”며 “국회의 입법권 침해가 아니면 뭐냐”고 따졌다. 정성호 수석대변인도 “박 대통령 발언은 대선 핵심 공약이던 경제민주화 포기 내지는 후퇴이자 말 바꾸기”라고 비난했다.

 여야 간 ‘전선’이 형성되면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포함할 예정이던 공정거래법 개정작업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이 신중론으로 선회하면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17일 열리더라도 큰 진전을 보긴 힘든 상황이 됐다.

 여야는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놓고서도 충돌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으나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17조원 중 12조원이 세입 보전을 위한 것이고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 활성화에 들어가는 돈은 2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난항을 예고했다.

김정하·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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