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퇴장 … 코너 몰린 이한구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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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한구(左), 김성태(右)

여야 ‘6인협의체’의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16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이 고함을 주고받으며 정면 충돌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공통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만든 6인협의체(여야 당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가 국회 상임위원회와 논의 없이 처리할 법안을 일방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논란의 발단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당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6인협의체에서 83개 법안을 우선 다루자고 내놨는데, 6명이 모여 앉아 뭘 제대로 알고 결정한다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김성태=“그동안 상임위에서 이견을 좁히고 좁혀놨는데 그런 건 빠지고 생뚱맞은 내용은 올라와 있고. 상임위 활동을 무력화하면서까지 협의체에서 우선 처리할 법안을 선정하면, 상임위는 거수기냐?”

 (일부 의원, “옳소” “맞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자칫하면 제 입장을….”

 ▶김성태=“아니, 이건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 거다. 소관 상임위에선 어떤 게 시급한지 내용도 모르면서.”

 ▶이한구=“(농담조로) 이제 또 탄핵하자는 소리가 나오겠네.”

 ▶김성태=“아니, 탄핵이 아니라 본인이 알아서 (잘) 해야지.”

 ▶이한구=“정부조직법안 때문에 여야가 사이가 안 좋아진 상황에서 이런 법안들은 쉽게 합의될 수 있으니 이것부터 우선적으로 해서 국민들이 안심하도록 하자, 이런 차원에서 법률을 선정하게 된 거다.”

 ▶김성태=“(큰 소리로) 소관 상임위에서 어떤 법안이 잘 처리될 수 있는지 압축해서 올리면 6인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게 맞느냐, 아니면 상임위 간사도 모르게 덜렁 (의제를) 내놓는 게 맞느냐. 헌법기관인 의원의 입법권을 자꾸 지도부가 침해해도 되나? 위법적이고 편법적인 행위를 자꾸 합리화해선 안 된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해야지.”

 ▶이한구=“(같이 목소리를 높이며) 전체를 좀 보고 하세요! 마이크로하게 하지 말고!”

 김 의원은 회의 도중 퇴장하면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6인협의체는 여야 지도부가 한 건씩 보여주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일부에선 “그래도 그렇게 원내대표에게 대들어야 되겠느냐”란 지적이 나왔지만 김 의원에 동조하는 의원도 상당수였다.

 황영철 의원은 “지도부가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고, 조해진 의원 역시 “6인협의체에선 각 분야의 법안을 충분히 알 수가 없다”고 거들었다.

 새누리당에선 원내 및 당 지도부가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을 50여 일 끌다 결국 야당 의견을 대폭 반영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수뇌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일부 의원은 지도부를 겨냥해 ‘정치력 제로’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5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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