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변덕스런 봄’은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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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화창한 봄은 언제 오나 싶다. 4월 날씨가 심상찮다. 하루 이틀 봄기운이 감도나 싶다가도 눈발이 흩날리고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10도를 넘나드는 일교차 탓에 마음 놓고 봄옷 한번 꺼내 입기도 힘들다. 예년보다 춥고 ‘변덕스런 봄’이다.

 따스하다가도 금세 비를 뿌리며 쌀쌀해지는 변화무쌍한 요즘 같은 날씨를 가리켜 ‘변덕스런 봄’이라고 표기해도 될까? 어법에 맞게 쓰려면 ‘변덕스러운 봄’이라고 해야 된다. ‘변덕스러운’을 줄여 ‘변덕스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다.

 ‘변덕스럽다’는 ㅂ불규칙활용을 하는 형용사다. 어간 ‘변덕스럽-’의 말음인 ‘ㅂ’이 ‘아’나 ‘아’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선 ‘오’로, ‘어’나 ‘어’로 시작되는 어미 및 매개모음을 요구하는 어미 앞에선 ‘우’로 변한다. ‘변덕스럽-+-어’는 ‘변덕스러워’로, ‘변덕스럽-+-으니’는 ‘변덕스러우니’로, ‘변덕스럽-+-으면’은 ‘변덕스러우면’으로, ‘변덕스럽-+-은’은 ‘변덕스러운’으로 바뀐다. 이때 ‘변덕스러운’을 ‘변덕스런’으로 줄여 쓸 수 없다. 어간의 말음인 ‘ㅂ’이 ‘오/우’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들 모음이 줄거나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활용형인 ‘변덕스러우니’를 ‘변덕스러니’로, ‘변덕스러우면’을 ‘변덕스러면’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같은 ㅂ불규칙용언인 ‘무겁다, 가볍다, 어렵다, 쉽다’에서 활용한 ‘무거운, 가벼운, 어려운, 쉬운’을 ‘무건, 가변, 어련, 쉰’으로 줄이지 않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자랑스런 시민상” “사랑스런 강아지” “고집스런 동료”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현행 맞춤법에선 ‘ㅂ’이 바뀐 ‘오/우’가 그 앞의 모음과 어울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러운’을 쓸 자리에 ‘-런’을 쓸 수 없다. ‘자랑스러운’ ‘사랑스러운’ ‘고집스러운’으로 바루어야 한다.

 다만 일부 합성어에서 이런 준말을 인정하고 있다. ‘군감자, 군고구마, 군밤’에서의 ‘군’은 ‘굽다’의 활용형인 ‘구운’이 줄어든 게 분명하나 이미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이므로 예외로 인정한다. 이외에는 ‘구운’으로 쓰는 게 맞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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