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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월남의 한국인들|「캄란」의 기술자 - 조성각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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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캄란」에 있는 2천여 명의 한국인들은 대부분 「비넬」회사 소속 기술자들이다. 작년 6월 25일 김포공항을 출발, 1년 반 계약으로 온 사람들로 RMK 소속 2백15명, PA&E 소속 1백45명의 한국인과 함께 월남인이나 제3국 인이 거의 없는 한국인 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미군의 중장비나 차량 재생, 기지 내의 송전사업, 하역 및 창고운영과 각종 운전 등을 맡고 있다.
처음 왔을 때는 미비한 시설로 고생이 막심했지만 현재는 30여 동의 건물에 작업이 끝나는 하오 6시면 일터에서 돌아와 3개의 대 식당에 모여 식사시간을 즐긴다. 새로 마련된 「김치·클럽」에서 가벼운 음료수를 마시고 TV를 보고 탁구도 치게 되어 있다.
기술자 중에는 군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는 대령 출신이 5명, 중령이 24명, 경찰 총경 2명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전에 USIS에서 근무한 일이 있다는 백용선(56)씨는 『늙은 나이로 이 곳에 와서 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하고 『예의 없고 난폭』했던 초기를 회상했다. 『지금은 아무 걱정 없읍니다. 집에서 편지나 자주 보내주면 그것이 최대의 즐거움이죠』- 「비넬」 회사 사진 기술자로 온 백 씨는 『2천여 명이 사는 곳에 신문 한 장 볼 수 없고 「라디오」는 전연 못 들어 고국소식이 제일 궁금하다』고.
신문·잡지를 비롯한 각종 서적을 본국에서나 이 곳 대사관에서 보내주었으면 하는 것이 한결같은 그들의 염원이었다. 국경일엔 태극기를 달고 싶어도 달수가 없으니 안타깝다면서 자기네들은 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난 「국제고아」냐고 항의하는 이도 있었다. 자유당 때 경무대 정보주임을 지낸 우 모씨(발전선에 근무)는 가장 마음 아픈 일은 미국인에게 아부하여 동료 비난을 일삼는 사람이 많다는 것.
또 불쾌한 일은 한국에서 산 경험이 있고 한국여인과 결혼한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얕보고 학대한다는 것.
기지에 전력을 제공하는 두 발전선의 기관실에 종사하는 엄재만(33·서울 공대 졸)씨는 발전기술이 서툴러 미국인한테 자격이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욕을 먹었으나 지금은 미국기술자를 능가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에 와서 동료를 모략하고 중상하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사는 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범직(41·자치위원장·서울 신당동)씨는 자치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월 평균 4백50「달러」를 받는 이들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갖는 6명의 자치「밴드」로 고달픔과 향수를 달랜다. 일요일이면 유일한 마을인 「캄란」 입구 한국인 일색인 유흥가에서 흘러나오는 한국가요와 몇 마디 우리말을 외우는 월남여인들과 더불어 적적함을 달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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