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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의 안전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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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충해와 병해로부터 농작물을 지키려는 인간의 노력은 놀라울이 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해충을 없애려면 익충도 따라서 변을 보게 마련. 진디물에 뿌린 약이 나비를 앗아가고 그 나비를 먹은 산새마저 아깝게 숨져간다.
농약의 의외의 피해가 익조, 익충에만 그치리란 보장은 없다. 약이 묻은 식물을 먹는 인간에게는 과연 얼마만큼의 해독을 끼치는가. 약주고 병 주는 농약, 그 안전도를 따져본다. <박찬주 기자>

<외국의 8분의 1>
농림부는 66년도 쌀 생산량을 2천7백만섬으로 잡았다. 10년전인 57년도와 견주어보면 약1천만 섬이 증산되었다. 이와 같은 중수에는 물론 농경지 확장·수리시설의 개선 등 영농방법의 발전이 뒷받침 되었겠지만 그중 농약의 발달로 인한 병충해 방지의 공이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농약은 1천2백54만여 킬로그램, 돈으로 쳐서 약20억원어치. 2백69만 헥타르의 농경지에 한 헥타르당 7백42원이 병충해를 막기 위해 뿌려진 셈이 된다. 이러한 계산은 6년 전인 6l년도의 5백55만킬로의 갑절에 가까운 양이 된다.
그러나 농림부 농약당국은 『보리나 콩·밀 등 밭곡식에는 아직 농약을 거의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농약의 사용량은 훨씬 증가될 것』이라는 말.
작년도에 농림부가 세운 농약수급 계획량은 3만5천톤. 이렇게 되더라도 제대로 농약을 쓰고있는 외국에 비해 불과 8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항생제도 등장>
해방 전까지만 해도 살충제하면 제충국 「니코틴」 「데리스」 등으로 알아왔다. 해방되고서 부터 들어온 DDT, BHC가 굉장한 위력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 특히 등에류는 그것도 DDT나 BHC에는 끄떡도 하지 않게 됐다.
그밖에 균·충에도 면역이 생겨 이제까지 쓰던 농약으로 퇴치 할 수가 없어 「파라티온」「마라티온」 등이 나오고 그것도 모자라 2차 독성이 강한 EPN 「스미티온」 등의 제제가 개발되게 되었다.
살균제는 「볼도액」으로 대표되었으나 그 뒤 유기 수은제로 바뀌고 그밖에 세례산 석회 PMA 등이 쏟아져 나왔으나 이들 약제가 살균에 놀라운 힘을 보이는 것과 비례해서 그것이 품는 강한 독성은 인축은 물론 해충을 잡는 천적까지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2차 독성이 약한 항생제의 개발에 착수, 우리나라에도 「브라에스」 「가스민」 등 신제제가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그밖에 제초제, 식물생장 조절제(호르몬제)등이 실험적으로 쓰이고 있는 단계.

<8·9할 독극물>
『우리나라의 농약 중 8∼9할이 위험한 독극물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국대 농약과장 김명운 교수는 이론상 독극물로 지정된 농약은 보사부에서 사후관리를 맡게 되어 있으나 법의 미비로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다고 지적, 농약의 안전관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생산이라고 해야 대부분 수입가공이지만 농약은 1천여만킬로, 그중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유기 수은계가 6백여만킬로, 그밖에 유기인제 유기염소제 BHC 등 일반 의약품에서 독극물로 다루고 있는 유독 농약이 9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기 수은제는 일본에서도 68년도부터 식품에 남아있는 잔류독성이 인체에 갖가지 해를 끼친다고 해서 사용을 금지키로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독극물로조차 다루고 있지 않다. 유독성 농약 취급 규정에는 「파라티온」 「수레란」 HETP 등 4, 5종의 유기인제만을「유독성」으로 규정했을 뿐, 주식인 수도에 가장 많이 쓰이는 수은계와 비소계 등은 아무런 규제없이 생산, 판매, 살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파라티온」 등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는 보도는 흔히 있는 일. 그러나 농약이 묻은 식품을 먹을 때 그 독성이 체내에 쌓여 일어나는 이른바 만성 중독에 대한 기록은 대하기가 힘들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농약의 잔류 독성에 대한 조사를 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식품과 만성 중독>
중앙대 약대 장판섭 교수는 식품의 잔류독 외에도 그것을 마신 어패류에서 오는 간접중독과 생산 공장 및 살포지역의 공중농도도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유기감소계 「엔드링」을 1억분의 1만 뿌려도 그 안에 있던 담수어는 전멸하고 만다고 농약의 독성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당장 일부 외국처럼 유기수은계 등 유독 농약을 없애고 대신 항생제로 갈아치울 수도 없다는 것 이 농림부나 농약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 만일 지금 유기수은계 등의 사용을 금한다면 28개 농약 생산공장이 모두 문을 닫게될 것이라는 것.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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