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사 분석] 중. 박사 실업은 갈수록 느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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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는 1만215명의 박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중 8339명이 127개 국내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고 1816명은 외국 대학 출신이다. 10년 전(7522명)보다 26%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신임 교수 및 연구원의 임용 시장은 연간 4000~5000명에 불과하다는 게 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이다. 남아도는 박사 인력이 쌓이면서 박사 실업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박사들이 7년가량 정규직에 도전한다고 볼 때 매년 3만~4만 명이 고급 인력 시장의 '좁은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의 박사 양성은 이런 시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 학위 취득자의 40%가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등 사회 진출이 막혀도 정원은 계속 늘렸다. 서울대는 2001~2004년 박사 과정 정원을 26%나 늘렸다. 같은 기간 고려대는 5%, 연세대는 8%를 각각 증원했다.

서울대가 고려대.연세대보다 정원을 크게 늘린 이유는 뭘까. 우선 재정 확보책이었다. 서울대에 집중되는 정부부처.정부출연기관.민간기업 등의 각종 연구 프로젝트를 소화하기 위해선 머릿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2001년 1700억원이던 서울대의 연구비는 해마다 꾸준히 불어나 지난해 27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구 실적이나 프로젝트 수주 실적은 교수의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된다. 이 때문에 교수 입장에선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할 학생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학생이 없으면 교수, 나아가 학과(부)의 세가 줄어든다는 인식도 작용한다. 이 때문에 미달이 되고 연구의 질적 수준이 떨어져도 정원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은 학과(부)별로 정원을 책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원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다른 학과와 같은 수준"을 주장한다. 탄력적인 정원 배치를 가로막는 구조적인 걸림돌인 것이다.

한 번 줄인 정원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정서도 교수 사회에 팽배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정원을 줄였다가 늘리려면 교육인적자원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먼저 나서 줄일 필요는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탐사기획팀=양영유·정용환·민동기 기자, 김상진·노은미·박재명·이민영 인턴기자
제보=, 02-751-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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