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전사업 참여한 '철도재단' 국내 합작사 900억 담보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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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철도청(현 철도공사) 산하기관인 철도교통진흥재단(이하 철도재단)이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회사를 인수하려다 계약금 65억원을 떼일 위기에 놓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 3월 28일자 8면>

특히 철도재단과 함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H부동산개발회사 대표 전모씨가 철도재단에 시가 900억원 상당의 담보를 제공하려다 거절당한 사실이 30일 확인됐다.

30일 감사원과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철도재단 측은 지난해 9월 3일 러시아 알파에코사와 총 650억원 상당의 유전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전모씨가 대표로 있는 H사에 담보를 요구했다. 혹시 계약이 잘못될 경우 담보를 통해 손실(계약파기로 계약금을 떼이는 손해)을 보상받기 위한 조치였다. H사는 철도재단 등이 유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 크루드 오일(KOC)사의 주주회사다.

재단 측의 요구에 따라 전씨는 시가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경주 소재 공원묘지)을 담보로 내놓았다. 그러나 공사 측은 담보 제공을 거절했다. 철도공사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제공된 담보는 전씨 명의가 아니어서 담보로 잡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씨가 부동산 매입대금 900억원 가운데 300억원의 잔금을 치르지 않아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담보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재단 측이 전씨 측에서 제공한 담보물의 소유관계를 조사한 결과 아주 깨끗한 것으로 확인했었다"며 "담보 설정을 해놓았다면 설령 러시아에서 65억원을 못 받아도 그 담보로 처리하면 되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전씨가 해당 부동산 매입에 600억원에 달하는 중도금을 치르는 등 상당한 재력을 소유한 점을 감안할 때 철도공사는 다른 방법을 통해 전씨로부터 담보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김기찬.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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