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 용감한 부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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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기자]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근무하던 김성룡(55)씨. 그가 경기도 양평군 정배리에 귀틀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봄 무렵이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갔다. 부인 강순화(55)씨와 함께 전원생활을 결심한 계기다.

건축업자에게 주택 건축을 맡기자니 비용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귀틀집을 구경하게 됐다. 처음 접하는 집이지만 구조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소박한 전원주택을 원했던 부부의 계획과도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귀틀집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곧 용감하지만 무모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부 둘이서 무거운 통나무를 자르고 세우는 일이 힘에 부쳤다. 어떻게 할까, 걱정이 참 많았다.

그러다 도움을 요청한 곳이 바로 인터넷 동호회인 '집짓기 두레'(http://cafe.daum.net/housingdule)  였다. 품앗이로 집을 짓는 사람들의 모임인 이곳에 지원을 요청하자 인력이 배정됐다. 물론 건축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들이다. 그러나 순수한 만큼 소통은 잘 됐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문제를 하나씩 풀어갔다.

그러기를 3년, 드디어 집이 완성됐다. 전문 건축업자가 지은 집처럼 매끈하지 않았지만 부부가 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 김성룡 강순화씨 부부가 귀틀집 앞에서 한 컷 찰칵! 왼쪽가 김성룡 강순화씨 부부.

"집 짓기 두레는 참 좋은 모임입니다. 저도 도움을 받았으니 회원들이 필요하다면 달려가 도울 겁니다."

사실 김씨가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인 1996년이었다. 당시 살고 있는 서울 집이 재건축되면서 1억원를 이주비로 받았다. 그 돈으로 양평군 노은리에 매물로 나온 전원주택 한 채를 구입했다. 부지면적 496㎡(150평), 건평 83㎡(25평) 짜리 슬라브 집이었다. 김씨는 이 집에 살며 96년부터 2003년까지 약 7년 동안 직장인 잠실 롯데월드까지 90㎞를 출퇴근했다.

땅 사고 집 짓는데 3억~4억원 들어

하지만 곧 답답증이 일었다. 20∼30가구가 모여 있는 동네에 살았는데 갈수록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서울에서 이사왔을 땐 좋았죠. 그런데 차츰 동네가 답답해지더라구요. '자연' 속에 있어야 하는데 '동네' 속에 있었으니까 말이요." 인근 정배리에 땅을 구입해 무모한 내집 짓기 도전에 나선 계기였다.

땅은 덩치가 좀 큰 2591㎡ 짜리 밭을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구입했다. 집(205㎡, 62평)도 넉넉하게 지었다. 인허가 등은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었다. 양평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관청으로부터 현지 주민으로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데 모두 3억∼4억원 정도 들었다.

최근에는 본채 바로 옆에 자그마한 별채를 지었다. 경남 산청의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위해서다.

김씨는 2년전 직장을 퇴직하고 현재는 전업농으로 산다.

그는 "250평의 밭에 유기농 야채를 길러 나눠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만족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심야전기 요금이 오르면서 겨울 난방비가 늘어난 점은 흠이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보조난방기구인 연탄 난로다. 지난 겨울 1000장을 구입해 200장 정도를 땠다.
약 6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여기에 온수 등 전기료로 지난 겨울 한달 평균 16만∼17만원의 비용이 나갔다.

그가 전원생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전원생활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도시의 마음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또 도시에서 많이 가지고 내려온 사람일수록 적응을 잘 못 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울타리를 절대로 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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