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올해 149조 투자, 13만명 신규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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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보따리’를 풀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온기를 불어넣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과 현대차·SK 등 30대 그룹이 발표한 올해 투자는 지난해보다 7.7% 늘어난 14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채용은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12만8000명을 계획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30대 그룹 사장단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내놓은 수치다.

 30대 그룹은 올해 설비 투자에 91조1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에 29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9.6%, 13.8% 늘었다. 삼성 49조원, 현대차 14조원, SK 16조6000억원, LG 20조원 등 4대 그룹의 투자만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졸자 4만7000명을 포함해 모두 12만8000명의 인력을 뽑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본지 1월 9일자 b1면>

 글로벌 저성장과 내수 침체가 겹친 악조건 속에서 재계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률 70% 달성, 중산층 70% 복원을 위해 대기업의 선도 투자와 고용 창출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다만 이들의 투자 계획이 실제로 집행될지, 국내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30대 그룹은 “151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집행은 138조2000억원에 그쳤다. 재계는 “경기 상황과 개별 기업 사정 등을 감안해 유동적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에서 “기대보다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이날 “고용은 가급적 확대할 방침이지만, 투자는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투자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집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지난해 설비 투자총액 133조4700억원 가운데 26조1000억원(19.6%)을 해외에 투입했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기업 투자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돌고 있다. 30대 그룹은 이날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외 규모를 구분하지 않았다. 국내 투자에 소극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A대기업 임원은 “신흥시장 설비 증설 등은 가능하지만 국내 투자 부진에 대해 질책하면 솔직히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민·관 협의기구를 만들어 투자·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 투자를 정부가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종중 사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영태 SK 사장, 조석제 LG 사장 등 30대 그룹 사장단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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