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막강 권한 행사하면서 결과에 책임 안 지는 관행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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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중앙일보 ‘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인호 서울대 교수, 이주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사회), 박상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김성룡 기자]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계열 은행 등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결과가 잘못됐을 때 책임은 지지 않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주회사 회장이 은행장을 동시에 맡는 등 임직원 겸직으로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게 필요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가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정책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금융포럼’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국내 금융산업은 2008년 위기 이후 각종 개혁을 표방했지만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의 문제가 여기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배구조 관련 법을 고쳐 주주와 경영진의 사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전면 지배하기 위해 존립하는 데도 불구하고 국내 법은 출자 지분만큼의 유한책임 원칙을 적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은 “지금 같은 지주회사·계열 금융회사 간의 역학관계에선 갈등을 피하기 힘들다”며 “양쪽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 임원을 겸직시키는 게 현실적 처방”이라고 말했다. 심 소장은 “지배구조 문제는 제도보다 운용이 중요하다”며 “정권 교체 뒤 금융권 최고경영진이 줄줄이 바뀌는 일도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지주회사법과 은행법의 상충 때문에 은행들이 필요도 없는 사외이사를 계속 둬야 하는 것도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박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과 정부 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임태섭 맥쿼리증권 대표는 “신용 버블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2008년 위기의 교훈”이라며 “정부는 인허가권 중심의 규제에서 탈피해 시장과 교감하며 가격변수들의 진폭을 줄이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김광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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