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력 상사의 탈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 안에 연락소를 둔 유력한 일본 상사들이 등록되지 않은 유령회사의 명의로 상행위를 함으로써 거액의 탈세를 자행하여 온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인 즉 일본상사 일면은 66년 11월부터 67년 3월 사이에 서울의 K상사를 비롯하여 수개 회사로부터 섬유류, 방직기계류 등 50여만「달러」어치의 수입신청을 받은 후 등록이 없는 오륙상사라는 명의로 이들 물건을 들여옴으로써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6백여 만원의 영업세를 탈세하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윤등충은 이천실업, 동양면화는 송전, 삼정은 삼목이라는 회사명을 각각 사용하여 같은 방법으로 탈세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굴지의 상사들의 한국진출은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현저하여졌고 여러 가지문제는 있으나 그들이 가진 강대한 자본력, 세계 각국에 펼쳐진 시장 조직망, 그리고 신용을 이용하는 것이 발전도상에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의 눈부신 활약은 한국의 대외무역의 큰 부분을 차지함에 이르렀고 경제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됨으로써 식자간에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내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선 쓸데없는 우려보다는 실리를 추구하자는 의도와 종전을 계기로 하여 체질을 개선하였을 일 상사의 상도덕에 기대하려는 데서 그들을 맞아 들였고, 때로는 과분한 관용을 베풀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수와 같이 밀려든 수십개 일 상사들은 이윤추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듯한 감을 주었고, 과세문제에 있어서는 일종의 치외법권에 있는 것 같은 태도를 견지하였던 것도 우리의 기억에 새롭다.
이와 같은 처사에 대하여도 일부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정부 당국은 설득과 타협적 방침을 지속하였으며 최근에는 이와 같은 제 문제에 해결을 지은 것으로 보고 「오퍼」상과 도매상 허가를 발부하여 정상적인 상행위를 합법적으로 영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려는 데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면에서 이와 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었다는 것은 심히 유감 된 일이며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한다. 더욱이 이번 수사대상에 오른 일 상사들은 잡다한 군소 업체가 아니라 일본의 5대 또는 10대 상사로 손꼽히는 상사이며 세계에도 그 업적과 신용을 자랑하는 대 업체인데 의외의 감을 더욱 깊게 한다.
이와 같은 비행의 규모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작은 것이며 진출초기에 있어서 한국의 경제사정에 밝지 못한 소치로 나타난 것이기를 바라며 특히 정상적인 상행위를 할 수 없었던 과도기에 발생한 우발적인 사고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를 계기로 하여 일 상사들로서는 과거 식민지 시대에 맛보던 일확천금의 꿈을 일관하기를 촉구하는 동시에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발본색원하는 조처의 강구를 당국에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