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뉴 비즈니스] 일본 햄버거 체인 '프레시니스버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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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을 활용한 지리정보시스템(GIS), 본사와 전국 점포를 연결한 통합 네트워크….

첨단기업의 트레이드 마크인 듯 하지만 사실은 2백~3백엔짜리 햄버거를 파는 일본의 후발 햄버거 체인 프레시니스버거가 구사하는 경영 기법들이다.

일본 맥도널드.모스버거.롯데리아 3사가 시장의 90%를 휘어잡고 있는 일본 햄버거시장에 프레시니스버거가 뒤늦게 진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프레시니스버거는 1992년 도쿄(東京) 시부야의 한적한 골목길에 1호점을 낼 때만 해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97년 첨단 경영기법을 본격 도입한 뒤 급성장 궤도에 올라 지금은 전국에 1백60여개 체인점을 거느리고 있다. 연간 매출은 53억엔, 경상이익은 2억엔이다. 올해는 주식 상장을 추진 중이다.

프레시니스버거의 성공 비결은 '역발상'과 '데이터 경영'이다.

이 회사는 우선 햄버거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깼다. 손님은 카운터에서 주문한 후 테이블에 앉아 기다린다. 종업원은 주문을 받은 후부터 주방에서 조리한다.

고기를 굽고 빵 사이에 채소와 함께 고기를 집어넣는다. 컵.접시도 일회용 종이제품이 아니라 제대로 된 유리나 도기다. 5~10분쯤 지난 뒤 종업원이 햄버거와 음료수를 날라온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가 이곳에선 '슬로푸드'로 변신한 것이다.

분위기도 10대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다른 햄버거 체인과는 영 딴판이다. 객장을 중년층도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성인 취향에 맞춰 차분하게 꾸몄다. 이 때문에 다른 햄버거 체인보다 값이 두배 정도 비싼 데도 손님들이 몰려든다.

프레시니스버거는 또 '외식 산업은 과학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입지 선정이나 재료 구매에 방대한 통계자료를 사용한다. 특히 GIS를 통한 입지 분석 시스템 개발에 2억엔을 들였다. 부근의 인구.교통량.경쟁업소와의 거리 등을 입력해 매출액이 월 5백만엔 이상으로 예상돼야 새 점포를 연다.

정확도는 업계가 입을 딱 벌릴 정도다. 매출 예상치가 90% 이상 들어맞는 것은 물론 주변 경쟁업소의 매출이 얼마나 잠식되는지까지 맞혀낸다.

프레시니스버거는 최소 1천5백만엔만 있으면 점포를 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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