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특집] 감옥에 갇힌 선거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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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샌더스를 포함한 뉴욕주의 모든 전과자들은 가석방 기간에는 투표할 수 없다. 그러나 그에게 공민권 박탈은 운전 금지와 오후 10시 이후의 외출 금지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니다. 가석방 기간이 종료되는 2004년에 그는 투표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샌더스가 만약 앨라배마주·아이오와주·네바다주를 포함한 10개 주 중 한 곳에서 석방됐다면 아마 평생 투표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그 밖의 다른 주들의 경우에는 더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했다. 출판 예정인 '투표권 박탈(Locking Up the Vote)'의 공저자 제프 만자와 크리스토퍼 우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투표를 할 수 없는 전과자 수는 1백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약 1/3은 흑인이다.

플로리다주는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투표가 금지된 성인 수가 대략 50만에 이르러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는 1988년 이후 세 배가 증가한 수치다. 2000년 9월에는 종신 투표 금지는 위헌이라며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이 사건의 수석 변호사 낸시 노스업은 "성인 시민 20명 중 1명이 투표권을 박탈 당한다면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하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주 원고는 53세의 토마스 존슨 목사다. 10년 전 존슨은 코카인 매매와 총기 휴대로 8개월 간 복역했다. 당시 그는 샌더스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에서 두 블럭 떨어진 브루클린 부시위크에 살고 있었다. 존슨과 샌더스는 서로를 모른다. 그러나 둘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존슨은 1995년 종교에 귀의하기 전까지 33년 동안 마약꾼으로 살아왔다. 그는 다른 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1996년부터 그는 가족이 있는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서 카운티 구치소 목사로 있으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전과자들을 위한 거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1999년 그는 선거인 등록을 시도했다가 거부 당했다.

지난 2-3년간 5개 주가 중범죄자들에 대한 제약을 완화해 왔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연방선거개혁위원회는 지난 8월 모든 주들이 전과자에게 선거권을 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지난 달 하원에서 통과된 선거개혁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중범죄자들은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반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연구기관 기회균등센터의 수석고문 로저 클레그는 "투표권을 가지려면 일정 수준의 신뢰성과 충실함이 갖춰야 한다. 중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이러한 충실함과 신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슨 목사는 새 삶을 만들어 나가려는 전과자들에게는 자신들이 권리과 책임을 부여받고 시민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3월 18일 플로리다 남부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예정돼 있다.

AMANDA RIPLEY (Time)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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