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老總做官”, 행정과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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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열렸던 중국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전후로 중국 고위급 인사 이동이 쏟아졌다. 이번 인사의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기업 총수의 정부 직 진출, 즉 ‘라오쭝쭤관(老總做官)’현상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신임 재정부 부장에 오른 러우지웨이(樓繼偉)다. 그는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회장으로 일하다 이번에 재정부 수장을 맡았다. 중국 언론은 그를 대표적 “국유 기업 CEO의 정치 입문” 인사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우지웨이뿐만 아니다. 신임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에 임명된 궈성쿤(郭聲琨)은 중국 알루미늄공사 당서기 출신의 경제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신임 국무위원인 왕융(王勇)도 중국항공공업총공사에서 요직을 맡았었다. 이외에도 공업정보화부(工信部)부장 먀오웨이(苗 )는 둥펑(東風)자동차의 CEO로 활동했고, 증권관리감독위원회 주석이 된 샤오강(肖鋼)은 중국은행(BOC) 회장 출신이다.

왕융의 뒤를 이어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을 맡은 장제민(蔣潔敏)도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페트로차이나) 회장을 역임했다.

국유기업 총수의 정계 진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온 관행이다. 푸젠(福建)성장 쑤슈린(蘇樹林)은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사장 출신이며, 허베이(河北)성장 장칭웨이(張慶偉)도 2011년 중국상용비행기공사 회장이었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아들이자, 산시(山西)성장인 리샤오펑(李小鵬)은 중국 최대 발전기업인 화능국제전력에서 17년간 근무했다. 이 밖에도 중국 항천과기집단공사 사장 마싱루이(馬興瑞), 중국병기공업집단공사 사장 장궈칭(張國 ),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 회장 린쭤밍(林左鳴) 등 다수의 국유기업 총수들이 18대 중앙위원으로 당선됐다.

이들 그룹의 대부분은 나이가 젊고 고학력이라는 특징이 있다.

궈성쿤, 왕융, 러우지웨이, 샤오강, 먀오웨이, 리샤오펑, 장제민은 모두 ‘우링허우(50後 50년대 이후 출신)’ 며 쑤슈린, 장칭웨이는 ‘류링허우(60後)’다. 이들의 정계 진출 시기를 관찰하면 이렇다. 정치 무대에 데뷔한 장제민의 당시 나이는 45세였고, 리샤오펑과 쑤슈린은 49세였다. 또한 학력에선,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궈성쿤을 제외하면 모두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공포된 ‘당정영도간부교류공작규정’에 따르면, 당정기관과 국유기업 사업간의 간부교류를 실행한다고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이렇듯 국유기업의 CEO급 인재가 당정기관의 관리로 선출되거나 당정간부의 추천으로 국유기업의 관리직을 맡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최근 국유기업 CEO 출신의 정부고관이 늘어나자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의 고급관리 배양선발에 대해 더욱 중시 여기고 있다. 시장을 이해하고 경제에 통달한 복합형 인재에게 정책을 맡긴다는 게 ‘라오쭝쭤관’ 현상의 배경이다.

이은령 중국연구소 연구원 erlee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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