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가 살아야 부동산 정상화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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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어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부동산값 부양보다는 꽉 막힌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평가할 만하다. 또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건 취지에도 맞고, 일부 효과가 있을 걸로 보인다. 공공주택 물량 조절과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 대책도 평가할 만하다. 그 외 시장이 요구하는 정책도 대부분 망라돼 있다. 취득세·양도세 완화, 다주택자 규제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선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모두 들어 있다.

 이처럼 지난 정부에서 금기시해왔던 규제까지 확 풀면서 종합대책을 내놓은 건 그만큼 부동산시장이 위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시장은 ‘빙하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가 크게 침체돼 있다. 예컨대 수도권의 연간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27만 건으로 2006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들의 시름은 깊어갔고, 부동산 담보대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더 위축되면 가계발 경제위기가 일어날 것이란 불안감도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어제 내놓은 부동산 종합대책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어떻게든 거래를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그래서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될까다.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할 걸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규제를 풀고, 금융지원 한다고 살아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동산 위기는 3년째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 정도로 고착된 저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성장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낳았다.

 게다가 올해 우리 경제 전망도 대단히 어둡다. 정부가 2.3%의 성장률을 내놓을 정도로 첩첩산중이다. 소비, 투자, 수출 어느 하나 좋은 게 없다. 소비와 투자는 구조적인 늪에 빠져 있고, 수출은 제자리걸음 아닌가. 게다가 일자리 문제는 조금도 나아지고 있지 않다. 소득과 일자리가 이처럼 불안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부동산시장 하나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이보다는 경제 전반을 살리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새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지금처럼 인사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재정과 금리 등 주요 경제정책은 엇박자고,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경제가 살아야 부동산도 정상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