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매우 화내며 전화해 직위 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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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당교(黨校)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주간지)의 덩위원(鄧聿文·44·사진) 부편집인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28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한 중국 내부의 대북 비난 여론을 대표하는 목소리였다. 덩위원의 기고문을 놓고 중국 안팎에선 중국 지도부와의 교감설 등이 나왔다. 한국 언론도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는 계기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덩위원은 그 글을 쓴 직후 부편집인 자리에서 해임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FT에 기고한 글이 문제가 돼 직장에서 파면됐다고 들었다.
“직장에서 완전히 나가게 된 건 아니다. (부편집장) 직위에서 해임되었다. 적(籍)은 아직 두고 있다.”

-어떤 식으로 누구한테 통보를 받았나. 직접 연락을 받았나.
“외교부에서 중앙당교로 전화를 했다. 나도 반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외교부도 (내가 이런 글을 쓰는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런 일이 벌어져 매우 화를 냈다고 한다.”

-화(禍)를 부를 줄 알면서 왜 썼나.
“요즘엔 중국에서도 민감한 사항 하나만 빼면 다 쓸 수 있다. 공산당 집권체제에 반대하지 않으면 된다. 나머지는 개별 사안마다 판단한다. 이번에 특별히 북한 문제가 불거진 참에 내 글이 세계의 주목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중국 학자들이 대북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글을 쓰고, 일부 시민들은 길거리에서 항의 시위도 했다. 이게 중국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나.
“정부 차원에선 그런 사람들이 중국의 국익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특히 아태지역 전략 차원에서 중국은 북한을 체스판의 유리한 체스로 보고 있다. 물론 체제 내부에 여러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이것을) 바꿀 만한 동력이 생긴 건 아니다.”

-당신은 ‘중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는 김정은이 등극할 때부터 개혁으로 나갈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북한 상황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했던 1970년대 말의 사정과 비슷하다. 개혁 하려고 대문의 빗장을 열면 천천히 붕괴된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면 그게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북한이 결국 10년 혹은 15년 내에 붕괴된다고 본다. 그래서 중국이 한국의 통일을 도와주면 한국도 감동해 중국을 도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 인사들에 대해 한국이 ‘청산’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김정은을 중국으로 데려와 보호해 줄 수 있다. 이른바 ‘피난 도읍(離宮)’을 제공하는 것이다. 통일 한국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주한미군도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 그러면 중·한 양국이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은 지난해에도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지도부를 비판하는 평론을 쓴 ‘전과’가 있다.
“사실 그게 더 큰 문제가 됐었다. 그 글은 인터넷에서도 바로 삭제돼 지금은 볼 수조차 없다. 그 일 때문에 당시 외부에선 내가 해고됐다고 했지만 그래도 일을 계속하게 해줬다. 그런데 이번에 할 일이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면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지도부는 개혁파 정부인가.
“그들은 공산당 체제 안에서 컸고 당이 바라는 ‘시대정신’에 맞게 행하는 사람들이다. 시진핑은 최고 지도자이나 그가 속한 공산당 시스템 안에서 실행한다. 정치는 그대로이고 경제 분야의 개혁이 있을 것이다. 어떤 개혁에도 디셴(底線·bottom line)이 있다. 그건 바로 공산당 체제를 흔들면 안 된다는 거다. 시진핑은 공산당의 집권 능력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나갈 거다.”

베이징=써니 리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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