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월] 차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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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겨울 산 소묘-

마른 낙엽 수북한 산길을 가다가
보랏빛 제비꽃의 맑은 얼굴 보았다
몌별을 서러워하는 해서체의 편지를

청미래, 떡갈나무, 싸리나무 어린 것들
아쉬움 접지 못해 손 흔들며 서 있다
혹한도 비껴서 가는 꺾지 못할 희망들

큰 나무들 잎새 떨궈 빈 몸으로 서 있는 곳
허리를 굽히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낮은 곳 어디에서나 숨을 쉰다, 생명의 소리

엄동의 계절에도 무시무종 피고 지는
작은 꽃 작은 나무 그 속에서 꿈을 본다
슬픔을 밀쳐내는 손, 부드럽고 완강하다.

정혜숙<광주시 동구 지산동 7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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