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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의 미래상을 탐구하는 67년의 캠페인|경제…자립 - 김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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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자립의 기본 조건>
◇발전 제 요인 동시 개발
경제가 정체상태를 벗어나 정상적인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자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형(transformation)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투자와 저축수준이 증가하고 보다 생산적인 기술이 채용되며 노동기술도 향상되고 나아가서는 산업과 고용구조도 변하고 새로운 경제기구(institutions)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제변형이 외국원조나 차관이 없이 이루어지려면 지속적 성장이 달성될 수 있는 모든 필수조건이 전적으로 국내요인에 의해서 갖추어질 수 있어야 하겠고 수입대전은 수출에서 얻어진 외화로만 지불될 수 있어야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자립의 성취는 국내저축·수출·기술인력의 동시증대를 필요로 한다. 해외자원은 「과도적으로」 부족한 국내저축과 외환 또는 기술을 메워줌으로써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을 향상시켜 줄 수 있다.
아직도 해마다 약 90억불에 달하는 외국원조와 차관이 후진제국에 제공되고 있다. 이 액수는 후진국의 연간 자본형성의 4분의1, 총수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또한 후진제국은 저마다 자립달성의 목표시점을 정해 놓고 어느 땐 가는 외국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우리경제도 이러한 역사적인 세계조류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재원의 6할 내지 7할이 외국원조나 차관으로 조달되어왔고 그것은 총수입의 거의 반을 차지해 왔다.
그러면 왜 이 상태가 지속될 수 없고 자립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는가. 외국원조는 무한정으로 얻어질 수도 없고 제공되지도 않는다 .민족의 긍지를 언제까지나 버리고 살 수 도 없다. 우리 세대가 빌어다 쓴 외국자본은 다음 세대가 갚아야하고 현 세대에서 자립 못하면 자라오는 세대가 해외 부채 부담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그러기에 오늘과 내일사이에는 우리가 바라는 소득수준을 달성할 수가 있고 국제수지의 장기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바탕을 닦아두어야 한다.
따라서 늦어도 1980연대에는 국내저축이 부족하다든가, 외환이 부족해서 성장에 차질이 생기지 않아야 하겠고 복지국가의 이념을 살린 건실한 자립의 모습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희망·이상을 반영한 장기전략>
◇정책수단의 「타임·테이블」
자립의 목표시점이 정해지고 그 조건이 구비되자면 자립 접근과정에 있어서 첫째, 국내저축의 동원 둘째, 수출을 중심으로 한 수입대체산업의 육성과 수입수요 변천에 대한 장기전략의 수립이 중요하다. 자립의 조건이 충족되자면 양적 목표에 대한 치밀한 계획이 있어야하겠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목표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경제기구와 정책수단의 이행과정을 제시하는 타입·테이블(timetable)이 절실히 요구된다.
설령 수출이 급증하고 수입수요가 안정된다고 해도 국내저축이 이와 병행하여 같은 속도로 늘지 못한다면 국제수지의 균형은 바랄 수 가없다. 왜냐하면 비록 외환부족문제는 수출증대로 해결된다고 해도 국내저축 부족 때문에 외국원조나 차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자립조건을 하루라도 빨리 갖추기 위해서 한국의 산업은 강력한 보호와 수많은 보조의 혜택을 받고있으며. 국내저축동원을 위해 무리한 수단을 써왔다. 이러한 궁여지책은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양적 성장에 자신이 생긴 듯 하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비정상적인 경제체제를 언제까지나 이대로 끌고 갈 수 있으며 이런 허술한 바탕 위에서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자립이 과연 가능할까.
경제기구의 변혁과 합리적인 정책수단의 발전은 오랜 시일과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과 인내를 요한다. 오늘의 여건과 전망이 어둡다해서 이 작업을 무작정 연기할 수도 없거니와, 짧은 시일 안에 그 성패를 가름하겠다는 조급한 태도는 경제개발 과정을 충분히 이해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주식공개나 대중화가 몇 년 안에 완전히 이루어 질 수는 없고, 경영합리화나 건전한 기업풍토의 조성도 그것을 일조일석에 바랄 수는 없다. 또 산업의 국제경쟁력강화도 시일을 요한다. 그렇다고 이런 소망스러운 과제를 「인플레」, 강제저축, 보호정책, 보조혜택 등의 단기적 수단으로 짓밟아 버린다면 자립은 한낱 신기루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기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우리의 희망과 이념을 살릴 수 있는 선구적인 경제체제의 발전을 그리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수단과 병행해서 긴 안목으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수단을 지금부터 서서히 발전시켜가야 된다는 것이다.

<투자재원의 완전한 국내조달>
◇「신축조항」부의 주식공개
장기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투자재원은 그 기반을 자발저축에 두어야한다. 계속적인「인플레」는 소비를 조장시켰고, 저축재원을 사적시장으로 흐르게 했으며 실물 저축화를 확대시켰다. 이 외에도 사회적 「무드 는 전시효과(demonstration effect)를 통해서 소비를 강요하고 비효율적인 투자재원의 조달수단과 이용은 저축 유인을 북돋워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저축수단의 결핍상태에 놓여 있다. 은행의 저축성예금만으로 자발저축을 충분히 유인하기는 어렵고 사채와 계는 비효율적인 저축수단이며 투자비용을 비싸게 함으로써 생산적인 투자를 억제하고, 나아가서는 생산을 위축시킨다. 따라서 우리의 구미와 소득에 알맞는 다양한 저축수단의 메뉴(menu)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제 아무리「인플레」가 둔화되고 금리가 현실화되어도 완전하고 수익 기대가 밝고 유동성이 강한 저축수단이 결핍되어 있다면 자발저축의 극대화는 어렵고 저축의 흐름과 투자를 생산적으로 연결 지어 주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에 「인플레」위협이 계속된다면「인플레」하에서 적절한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길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나라의 금융은 오랜 「인플레」 때문에 극도로 단기화 해버렸다.
국내자금 공급의 단기화는 장기외채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생산원가의 상승을 가져 왔다.
이자나 수익에 물가상승이 자동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물가에 대한 신축조항 (Escalator Clause)」이 붙은 장기채권이나 예금을 발전시켜 볼만하다.
실패한 예도 없지 않으나 성공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많다.
「인플레」위협을 배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저축수단은 수익전망이 밝은 완전한 주식투자다. 투기성이 강하고 수익전망이 흐린 주식이 팔리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주식투투 육성을 위해서는 시일을 요하더라도 완전하고 수익전망이 밝은 주식이 공개됨으로써 주식의 대중화도 기할 수 있고 장기 자발저축의 안정화와 그 극대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며 합리적인 저축수단으로서 사내유보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기업저축은 선진국에서는 저축의 대종을 차지하고 있고 투자와 직접적인 연결을 가지고 있다. 무모한 조세혜택보다는 생산성향상으로 기업 수익율을 올리고 비용의 낭비를 줄임으로써 기업저축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투자재원의 완전한 국내조달은 자발저축에 그 기초를 두고, 자발저축의 장기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이념과는 거리가 있는 조세를 통한 저축·「자립저축」·사채 등속은 점차로 감소되어야 하겠으며, 안전하고 다양한 저축수단으로 대체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저축을 위한 범국민적인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이 아쉽다.
수출진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가 있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사업의 생산성을 늘리고 원가를 인하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만성적인 장기외환 부족을 매워 줄 수 있고 고용증대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비현실적인 환율유지로 말미암아 완전히 침체상태에 빠졌던 수출이 지난 5년 동안 극적인 증가를 보여주었고, 보조가 집중적으로 제공되어 왔다. 금리·자금·수송·수출절차·전력비·관세를 비롯한 조세상의 혜택은 지난날의 생산유휴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기회를 주고, 이와 같은 보조혜택에의 요구는 날로 늘어만 가고있다.

<건전한 수출의 바탕조성>
◇장기 균형환율을
해마다 40%이상의 수출증가목표를 달성하자면 짧은 시일안에 생산성이 높아져서 원가가 내리든지 해외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한 보다 더 많은 보조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보조의 증가 없이는 수익율이 증가 될 수 없고 수출가격도 인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수출보조는 모자란 국민저축을 써버리고 이토록 애써 수출한 혜택은 우리가 아니라 그것은 주로 한국상품을 수입하는 나라가 받게된다. 이것이 곧 경제학에서 일컫는 교역조건의 악화와 불리 현상을 뜻한다. 보조를 주어 가면서 헐값에 판다면 무엇이든지 얼마든지 수출할 수 있다. 과연 이렇게 해서 수출이 급증된다고 만족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수출에 대한 보조 그 자제보다도「기발한」보조수단의 불합리성을 개탄한다. 지금의 보조수단은 수출 만능지대를 조성케 했다. 이는 공평과 자유경쟁을 생명으로 하는 경제체제 아래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모호한 혜택범위나 보조금액 조차 파악할 수 없는 이른바 수출진흥책은 하루라도 속히 합리적인 방향으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환율변동은 수출진흥수단으로 활용되어야 옳을 것이다. 물가는 올랐는데 환율은 거의 2년 동안이나 고정되어 왔다. 장기균형환율 이라면 수출과 수입이 균형 될 수 있는 환율이며 현 환율이 장기균형 환율보다 낮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외환율을 물가상승율 정도로 올려감으로써 수출을 자극시켜야 할 것이다. 제아무리 수출보조가 많다고 해도 비현실적인 환율은 그 혜택을 상쇄시키고 그만큼 보조의 필요성을 가중시킨다. 말하자면 환율을 올림으로써 보조 혜택을 줄여 보자는 것이다.

<수입수요의 변천과 그 통제>
◇무역자유화·관세하향조정
환율변동에 따르는「인플레」위협은 관세조정으로 해결 될 수 있고 외자도입을 둔화시키든가 수입을 늘림으로써 환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출산업의 원활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서 투자계획과 집행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하겠고 국제경쟁력의 강화는 주로 노동생산성의 향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적정환율의 유지로 수출보조의 부담을 줄이고 또 한편으로는 경영과 노동기술의 배양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허약한 산업기반과 만성적인「인플레」는 강력한 수입통제를 필요로 했었다.
요즈음에 와서는 수입자유화 노력에 큰 진전이 보여 수입상품의 국내가격시세가 안정되고 주요물가수급에 차질이 일어났을 땐 수입이 신축성 있게 조정 운영되어 왔음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제가격보다 훨씬 비싼 품목이 허다하다. 특히 국내생산이 불가능하거나 적은 품목의 가격이 국제가격을 훨씬 넘는 현상은 만족스러운 것이 못된다.
장기 개방체제의 본질은 국내산업이 일시적으로는 보호육성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격면에서나 품질에 있어서 동질의 수입품과 경쟁하여 생존할 수 있어야 하며, 국내생산이 비경제적인 품목은 자유로이 수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수입의 장기전략방향은 무역자유화와 더불어 관세의 하향조정이라고 하겠다.
과거의 불행했던 유래가 수입공포증을 낳는다든지, 변천하는 여건을 예측 못하는 일이 있다면 장기개방체제의 조성작업은 그만큼 뒤늦어지게 된다. 관세운영과 무역행정은 자칫하면 남용되기 쉽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명목상 없어진 수입「쿼터」제가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은 무역행정이 남용되고 있다는 산 증거가 될 수 있다. 행정재량에 따라 신축성 있게 운영하겠다는 관세제도도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얼마든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수입대체산업과 외자활용>
◇공장단위보다 전체적 연관
일반적으로 외국자본이 옳게 소화되자면 ①공장건설에 소요되는 자기자본이 부족하거나 건전한 내자조달이 어려워서 사채를 쓴다든가 공사를 연기함으로써 이익전망이 흐려진다든가 ②합리적인 경영능력과 생산기술을 구비 못한 탓으로 생산품의 질이 나빠 수요가 부족하게 된다든가 ③수요를 초과하는 비경제적 생산시설의 건설로 말미암아 잉여시설이 늘어 나는 현상 등이 없어야한다. 이는 곧 기업의 외자흡수능력(Absorptive Capacity)이 약하기 때문에 외채상환능력과 의향을 흐리게 하고 투자재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빚은 정부가 처리해 주고, 만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팔 수 있다는 안일한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외자도입과 산업투자 정책 중에는 개별사업의 타당성검토도 중요하지만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A공장을 지었다, B공장을 짓겠다 식의 「공장단위 위주의 근시적인 접근법」으로는 경제전체로 볼 때 총 외자도입이 타당한지 총 내자 공급이 충분한지 건설과 수송능력은 여유가 있는지, 「인플레」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들을 알 수 가 없다. 이렇게 연관된 문제들을 해결 못하면 일시적으로 마찰이 일어나고 단기적인 마찰을 시정하다보면 장기적인 체질개선의 작업에까지 노력이 미치지 못하는 우행을 범하게 마련이다.
특히 석유화학·철강·기계공업 등의 육성은 투자시기 계열과 입지조건선택이 그 성패를 판가름 할 것이며 .집중육성 한다는 명분아래 무모한 보조혜택을 무조건 제공하는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필요한 수요와 수익성이 발생될 수 있는 때를 기다려 경제규모로 투자되지 않으면 온갖 보호와 보조가 요구되며 수요자의 부담만을 가중시켜 다른 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짙다.

<자유경쟁체제의 확립>
◇시장기구통한 공정경쟁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의 재량과 양심에 맡기는 경제정책, 즉 직접통제정책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경제가 점차적으로 정상궤도에 이르고 확대됨에 따라 경제제도와 정책도 간접규제와 시장기구를 통한 경제「메커니즘」(Mechanism)으로 이행되어야 마땅하고 시장을 통한 공정성과 사회복지의 기틀조성이 시급하다.
개방체제의 확립과 자유경쟁을 표방하는 경제라면 정부는 기업 활동을 최소한으로 통제해야하고 기업은 정부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간섭을 하고 싶어하고 또 받고싶어 한다면 부정부패만이 성행될 것이고 경제의 근대화는 요원한 염원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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