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조급증 버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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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중학생이 되는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도입되는 방안이 나왔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의 핵심이다. 대다수 학생이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소질과 끼를 살리지 못하는 현실을 개혁하려는 이 제도는 기대를 모을 만하다.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진로를 탐색하고, 시험 위주의 강의식 교육 대신 토론·실습·체험 등 활동 중심의 교육을 받게 된다고 하니 지식 전달 위주의 암기식 교육도 이번 기회에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문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현재 학교 여건에서 정책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학교가 한 학기를 진로·체험 수업으로 진행하면서 국어·영어·수학 같은 교과수업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나머지 학기 동안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더 커지는 문제가 있다. 학부모들은 이 기간 동안 사교육비가 늘어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할 때 2016년 전면 시행이란 시점을 정해 놓은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에 37개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희망학교에 우선 적용한 뒤 전면 시행한다고 하면서도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아일랜드도 전체 학교의 75%까지 확대하는 데 무려 39년이 걸렸다고 한다. 희망하는 학교와 학생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제도를 확대 시행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려 노력했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하고,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전면 시행이란 조급증을 버리고 희망하는 학생, 학교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시행하는 게 타당하다. 학교 여건을 무시한 정책은 그 취지도 살리지 못한 채 단명했다는 과거 사례를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