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어버려야"…北, 방사포 동원 대규모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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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시스]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 2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육군과 해군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가급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확인했다.


천안함 폭침 3주기를 맞아 우리 해군이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을 실시한 25일 북한은 원산 인근에서 지상군과 해군을 동원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원산에 대규모 병력과 중·동부전선의 각종 포 등 다양한 장비를 집결시킨 뒤 ‘국가급 훈련’을 준비해 왔다.

 북한은 육·해·공군의 합동훈련을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이 참관하면 국가급 훈련이라 부르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훈련을 참관한 뒤 “적 상륙집단이 우리 해안에 절대 달라붙지 못하도록 강력한 포화력으로 해상에서 철저히 쓸어버려야 한다”며 “적들과의 대전에서 인민군의 본때를 보여주어 원수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바닷속에 쳐넣어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훈련은 공기부양정과 상륙함을 동원해 상륙하려는 세력을 지상군이 방어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방사포와 견인포 등이 동원돼 사격훈련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6일 두 발을 발사했던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은 없었다.

 특히 북한 해군은 원산 앞바다에서 함정들이 잠수함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대잠(對潛) 훈련도 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이 국가급 훈련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것에 비해 예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며 “북한이 반발해온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데다 북한의 훈련 준비를 우리가 사전에 파악해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규모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훈련에는 원산 인근의 통천비행장에 전진배치한 미그기 등 공군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됐다.

 북한은 이날 훈련 외에도 전국적으로 소규모 부대 단위의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행동과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권을 잡은 지 1년4개월이 된 김정은이 자기 권력의 안정성을 과시하고 내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전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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