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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태풍의 눈' 해저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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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중국이 동중국해에 해저광구를 설정, 자원 개발에 나섬으로써 중.일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설정된 해저광구 중 12곳이 양국 간 중간선에 걸쳐 있을 뿐 아니라 3곳은 광구 전체가 중간선의 일본 쪽에 들어가 있어 긴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동중국해는 중국 대륙과 일본령 류큐 열도 사이에 있는 해역이다. 이곳은 1968년 10월에서 11월에 걸친 유엔 후원하의 지진파 탐사 결과 대륙붕에 막대한 석유 및 천연가스의 부존 사실이 밝혀져 지역국가들 간에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 지금 중.일 간에 첨예한 영유권 분쟁이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문제도 그것이 계기가 돼 일어난 것이다.

동중국해의 중.일 간 거리는 400해리 미만이고 해저는 류큐 열도 부근의 단층에 의해 양분돼 있다. 이것은 중국 대륙에서 해저로 뻗은 대륙붕이 류큐 열도 부근에서 오키나와 해구라는 단층에 의해 단절됐다가 다시 솟아나 류큐 열도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해저 지형을 근거로 중국은 오키나와 해구까지를 자국 대륙붕이라 주장하고 일본 것은 그 너머의 좁은 부분만이라고 한다.

문제가 된 해저 광구는 하나같이 오키나와 해구의 중국 쪽에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동중국해에서는 중간선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주장이 맞을까.

한.중.일 모두가 당사국인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르면 대륙붕이란 영해측정 기선에서 200해리까지는 당연히 연안국 것으로 돼 있다(제76조). 이것은 200해리 내에 있는 해구는 무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중국해의 경우 중.일 간의 거리가 400해리 미만이기에 해구에 관계없이 양국이 주장할 수 있는 대륙붕의 폭은 겹치게 되며, 따라서 그곳에서는 중간선 원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게 된다. 중간선 원칙이 지리적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중간선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사정은 한.중 양국이 마주 보고 있는 서해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서해 해저는 중국 대륙에서 시작, 점차 낮아지다가 서해의 3분의 2쯤 되는 곳에서 점점 높아져 한반도에 이른다. 이것은 서해를 3등분할 때 3분의 2가 중국 쪽에 있고 3분의 1이 한국 쪽에 있는 지점에 등심선(等深線)이 있다는 의미다. 한때 중국은 서해 대륙붕에 대한 우리의 중간선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행태를 보였는데 그것은 이 같은 해저 지형을 이유로 한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에서 봤듯이 현 유엔 해양법 협약상 대륙붕 경계 획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거리 개념일 뿐 해저 지형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초 중국은 베트남과 통킹만 대륙붕 경계획정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통킹만에는 그곳 대륙붕의 3분의 2가 베트남 쪽에, 그리고 3분의 1이 중국 쪽에 있는 지점에 등심선이 있는데 양국 간 경계획정에서는 이 같은 해저 지형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지금 이중적 잣대를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중국이 자국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례원칙 또는 특별한 사정 등을 들고 나올지 모르나 이것은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는 데 대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지난해 12월 발해만에서 205억t가량의 석유 매장층이 발견됐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발해만은 1962년 10월 12일의 북.중 국경조약에 따른 해양 경계획정이 있어야 하는 곳인데 압록강 폭 전체를 공동 관리한다는 동 조약상의 규정 및 압록강 하구 가까이 있는 중국 섬 하이양다오(海洋島)의 존재로 해서 그것이 쉽지 않다. 남북한 및 일본, 그리고 베트남과 접하고 있는 중국이 일관성 있는 해양정책을 견지하지 않는다면 이 지역에는 큰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