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업계의 구글 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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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T의 소사장 1호로 선정된 최대출 신사업전략담당 팀장이 앞으로 3년간 도전할 영역인 ‘클라우드 기반 유전자 분석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KT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이종사업 영역이라 더욱 긴장됩니다. 유전자 분석업계의 구글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사람의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지놈(Genome, 유전체)’은 30억 쌍의 염기서열 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디지털 단위로 계산하면 약 120기가바이트(GB)에 달한다. KT 최대출(41) 신사업전략담당 팀장은 이처럼 엄청난 정보 속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려는 모험가다. ‘클라우드 기반 유전자 분석 사업’이라는 타이틀로 이달 초 KT 그룹 내 ‘소사장 1호’로 선정됐다. 소사장제는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편인 KT가 신사업을 활성화하고 임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최 팀장은 한솔PCS와 KTF 등을 거쳐 KT에 자리 잡은 통신 전문가다. 그가 생소한 유전정보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지놈 분야 비즈니스에서 신사업 발굴을 지시받으면서부터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만들어놓은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신사업이 필요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첫 소사장제 심의일을 앞두고 팀원과 바이오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올렸고, 결국 이달 초 ‘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었다.

 최 팀장은 “지놈분석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여서 KT의 탄탄한 서버 인프라를 앞세우면 선점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예를 들어 개별 회사가 자체적으로 지놈 분석 서비스를 하려면 서버 구입 비용만 수억원에 달하는데, KT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빌리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지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고객사에 전달하고, 고객의 데이터를 저장해주는 일이 최 팀장 사업의 핵심이다.

 유전자 분석은 한 사람의 지놈 정보를 파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염기서열과 비교하면서 특정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밝혀내야 보석과 같은 정보가 되는 것이다. KT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로 한국인의 유전자 변이 정보가 쌓이게 되면 시장을 중국과 일본 등으로 넓혀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놈 정보업체들이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버를 빌려 쓰고 있다. 권역별로 허브가 생겨나는 형국이다.

 한 사람의 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파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100만원대로 떨어져 고령화·웰빙 바람과 맞물리면서 앞으로 지놈 분석 시장은 개인별 맞춤의료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의사는 각 개인에게 부작용 없는 맞춤약을 처방할 수 있어 사회 전체적으로도 불필요한 약제비를 줄일 수 있다. 최 팀장은 KT 서초사옥 내 사무실을 빌려 11명의 직원과 새 출발을 했다. KT는 3년간 자금지원뿐 아니라 회사 경영관리 인프라와 사업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다. 또 순이익의 20%를 직원들 인센티브로 제공할 계획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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