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男女 중 누가 더 오래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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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40대 대통령(1981~89년)인 로널드 레이건은 퇴임 후 5년이 지난 94년 11월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자신이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많은 미국인이 매우 놀랐지만 그의 용기엔 박수를 보냈다. 전직 대통령이 앞으로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며 주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고백한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2004년 6월 5일 세상을 떠났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지 꼭 10년 만이었다.

 한국인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리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증상이 처음 나타난 때로부터 평균 12년6개월,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나선 평균 9년3개월이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해관(예방의학과)·나덕렬(신경과) 교수팀은 95~2005년 국내 대학병원에서 알츠하이머로 진단받은 환자 724명의 평균 생존기간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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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팀이 발간한 ‘한국 알츠하이머 환자의 생존 연구’라는 논문은 치매 관련 국제학술지인 ‘치매와 노인 인지장애(Dementia and Geriatric Cognitive Disorders)’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난 후 가장 짧게 산 경우는 11년7개월이었다. 가장 오래 산 기간은 13년4개월이었다.

나 교수는 “외국의 연구사례를 보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생존기간은 평균 10년 정도”라며 “우리가 연구한 환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수명이 길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매환자의 생존 기간을 단축하는 위험요인으로는 당뇨병 등이 있었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 80명 중 49명(70.4%)이 연구 기간 중 사망했다. 또 남성은 환자 212명 중 122명(59.3%)이 숨졌지만 여성은 512명 중 253명(47.8%)이 사망했다. 남성의 사망률이 더 높은 것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일반적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과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뇌 기능의 퇴화를 지연 또는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치매는 빨리 진단을 할수록 보호자가 환자를 이해할 수 있고, 치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갑자기 기억장애나 언어장애가 나타났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뇌영상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국내 노인 치매 환자는 53만4000명(추정치)이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환자가 2025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현황을 보면 치매 진료 인원과 진료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현재 15만 명 수준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 수급자를 2015년까지 20만 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장주영 기자

◆알츠하이머=처음 발견한 독일인 의사 알츠하이머(Alzheimer)의 이름을 따서 병명을 지었다. 전체 치매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뇌 속에 과다하게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대뇌 신경세포를 죽게 해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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