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카드업체에 학생정보 넘겨줘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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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 있는 대학 캠퍼스에 직접적으로, 아니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신용카드발급을 학생들에게 종용하는 카드사들이 범람하면서 일부 학생과 학교측은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중이다.

네바다州의 대학이사들은 학생들의 이름과 주소를 신용카드업체에 파는 일을 중단할 것을 고려중이다. 이 문제에 대해 논의코자 지난 목요일 이사회가 열렸으나 참석자 수가 수십명밖에 되지 않아 완전한 논의가 지연되었다.

이 안건은 커뮤니티 칼리지(한국의 2년제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는 네바다州 헨더슨출신의 드니스 윌칵스가 불평한 뒤 제안된 것으로, 드니스는 한 신용카드에서 보낸 우편물에서 신용카드를 받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어라”고 넌지시 비췄다고 말했다.

한편, 미 버클리대학의 학생자치회에서는 캠퍼스 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신용카드사들에게 카드사용에 따르는 재정적 위험에 대해 학생들에게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州에서 주의원들은 티셔츠나 계산기들을 미끼로 학생들을 현혹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결의했다.

달라스에 있는 텍사스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그레그 콤은 카드사들의 집요함에 넌더리를 내며 직접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레그는 전화번호부에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신용카드업체들이 전화하지 못하도록 “블랙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은 데다, 컴퓨터에 스팸메일 차단용 이메일 필터까지 설치했다.

텍사스대학측도 신용카드사들이 캠퍼스 내에서 부스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콤의 우편함에는 여전히 매주 신용카드발급신청서가 배달되고 있으며, 학교 게시판 “어디에나” 카드사들이 붙여놓은 광고물이 눈에 띤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5세 미만의 학생들에게는 신용카드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콤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대학시절이나, 경우에 따라 고등학교 시절이 재정적인 책임감을 배우기에 적기라며, 학생 대부분이 카드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명한 신용카드 사용이 더 중요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전문은행들의 모임인 소매은행연합회(Consumer Bankers Association)의 조 빌루회장은 “카드를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부 대학 행정관들은 빌루회장의 말대로 개인의 재정관리(신용카드사용이든 자체 조달한 돈이든 상관없이)에 대한 훈련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정보를 제한하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다”라고 버클리대학의 리처드 블랙 부총장보가 언급했는데, 이 대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내용에 신용카드사용에 대한 교육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블랙 부총장보는 이 학교 신입생의 6%와 3학년생 25% 정도가 2,000달러(약 )가 넘는 카드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수치는 국가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대학 내에 카드발급부스 설치를 금지한다해도, 캠퍼스밖 길건너에서도 얼마든지 카드사들의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카드사와 공모하는 대학들

그래도 일부에서는 대학 측이 학생명단을 팔거나, 이익금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학교 로고를 신용카드에 새기도록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윌칵스는 대학이 신용카드사와 제휴하는 것은 일부 학생들에게 카드사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학 측이 카드사에 협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학생들이 안심하고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바다州 대학의 스티브 시소락 이사는 대학 측이 학생들의 동의없이 카드사에 이들의 정보를 팔아서는 안된다는데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시소락 이사는 “그러나 학생들이 동의하면 괜찮다”며, 카드발급신청서에 동의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보완책을 제안했다.

(CNN) / 안선주(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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