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룰라 다보스 포럼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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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놓고 각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공방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26일 다보스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운 2천3백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파월 장관은 "이라크는 국제사회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설사 동맹국들이 준비가 안됐다 해도 단독으로 나설 것"이라고 이라크 공격의지를 재천명했다.

파월 장관은 25일에는 각국 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나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터키의 압둘라 굴 총리, 호주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 카타르의 하마드 벤 자셈 벤 자브잘타니 외무장관 등이다.

그러나 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인 룰라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면서 "갈등은 유엔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는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이성적"이라면서 미국의 비이성과 부도덕을 비꼬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에 앞서 브라질에서 열린 반(反)다보스 회의에도 보란듯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을 비난했다.

한편 반전 시위대 2천여명은 25일 다보스 회의장 앞에서 성조기를 태우며 반전 시위를 하고 다보스 시내를 행진했다.

다보스=이훈범 특파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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