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더블베이스 환상 듀오 내한 공연

중앙일보

입력

2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난해 출반한 라틴 음반'녹턴'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볼레로 등 서정적인 쿠바 재즈곡으로 '방랑의 밤''세상 끝에 서서''달빛'등 밤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차분한 음악들이다.

단촐한 악기편성이니만큼 1층 앞쪽 중앙에 자리잡고 들으면 악기의 울림이 한결 가까이 와닿지만, 더블베이스는 약간 멀리 떨어져야 명료하게 들리는 특성이 있다.

2만~7만원.02-548-4480.

지난해 2월 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첫 내한공연. 연주 도중 스태프들이 무대로 뛰어들었다.

알고 보니 더블베이스의 현을 받쳐주는 브리지가 몸통에서 떨어진 것. 부랴부랴 접착제와 테이프로 응급처치를 한 다음에야 간신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악기를 수리하는 동안에도 연주는 계속됐지만, 피아노에다 각종 관악기.타악기가 가세한 10여명의 밴드가 활약 중이었음에도 뭔가 텅빈 느낌이었다.

재즈에서 더블베이스만큼 중요한 악기도 없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재즈 밴드에서 박자를 이끌고 가는 악기는 드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기본 박자의 틀을 제시하는 것은 더블베이스다. 드럼은 섬세한 리듬을 더욱 화려하게 강조할 뿐이다.

색소폰.드럼 등이 가세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더블베이스와 피아노만으로도 충분히 재즈의 맛을 낼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음악의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는,'재즈의 실내악'이라고나 할까.

오는 2월 23일 재즈 베이스의 거장 찰리 헤이든(66) 이 쿠바 출신의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39) 와 함께 듀오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 겨울을 보내며 적도의 열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때맞춰 쿠바 재즈곡을 담은 이들 듀오의 음반'녹턴'이 국내 출시됐다.

이 앨범에선 기타.색소폰.드럼.바이올린이 가세하지만 결국 음악을 이끌고 가는 것은 더블베이스와 피아노다.

화려한 기교의 과시보다는 내밀한 울림에 충실한 연주로 낭만과 서정, 추억과 향수를 오롯이 그려낸다. 찰리 헤이든의 음악은 아름다운 세상, 인간답게 사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스트링 베이스''스탠드업 베이스''콘트라베이스'또는 그냥'베이스'라고도 하는 더블베이스는 서서 연주해야 할 만큼 큰 키(2m) 의 현악기. 박자 뿐만 아니라 화음의 변화에 따른 베이스 라인을 연주해 즉흥연주의 토대를 마련해준다.

더블베이스는 재즈 밴드의 심장이자 뼈대다. 음악의 3요소인 리듬.화음.선율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직접 즉흥연주를 펼치기도 한다. 다른 악기에 비해'비인기 종목'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오케스트라에선 한 옥타브 아래에서 첼로 선율을 연주하는 게 대부분인 데 반해 재즈에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필수악기'다.

재즈에선 현을 손으로 뜯는 피치카토 주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가끔씩 손바닥으로 몸통을 두들겨 타악기 못지 않는 효과도 낸다.

*** 곤잘로 루발카바

#곤잘로 루발카바=40세.쿠바 아바나 태생.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으며 86년 아바나 재즈 페스티벌에서 찰리 헤이든을 만나 90년대에 본격적으로 활동했다.재즈의 명문 블루노트와 녹음 계약을 맺었다.

#찰리 헤이든=65세.미국 아이오아주 세난도 태생으로 컨트리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다가 57년 오네트 콜맨과 만나 재즈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쿠바의 혁명 영웅 체 게바라에게 작품을 헌정하는 등 제3세계 혁명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쳇 베이커 ·존 콜트레인 ·스탄 게츠 ·키스 자렛 ·팻 메스니 등과 작업했으며,현재 캘리포니아주 샌터 모니카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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