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7번방의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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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딸들과 살사 댄스를 추는 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시립교도소 재소자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최근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에는 수감된 지적장애 아버지를 만나러 7세 딸이 몰래 교도소로 숨어 들어가는 내용이 있다. 딸의 방문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은 재소자들 이야기가 21일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에도 소개됐다. 더욱 특별하게도 이들은 딸들과 교도소 안에서 댄스를 선보였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시립교도소에서 열린 부녀 댄스(father-daughter dance)는 한 소녀의 사연에서 비롯됐다. 소녀는 이 지역 자선단체 ‘캠프 디바’를 찾아가 아버지가 수감된 뒤로 버림받은 기분이라고 울먹였다. 단체 측은 비록 범죄자일지라도 아이에겐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교도소 측과 협의했다. ‘아버지와 데이트를’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기로 하고 마약·절도 등 비폭력 범죄 재소자 12명을 선정했다. 딸의 어머니에게도 사전 허락을 받았다.

 행사에 앞서 특별강사가 재소자들에게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알코올 중독자” “엄마를 패던 사람” 등의 답변이 나왔다. “당신의 아이는 과연 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재소자들 눈에 눈물이 일렁였다. 아버지들은 이날 죄수복을 벗고 정장 차림으로 딸들을 맞이했다. 즐거운 댄스 시간 뒤 헤어질 때가 되자 누구라 할 것 없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이날 행사를 추진한 ‘캠프 디바’는 “재소자들이 옷을 잘 차려입은 순간부터 이미 변한 듯했다”면서 “딸과 함께 추는 춤이 강력한 교화 효과를 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더 많은 교도소에서 이 같은 행사를 추진 중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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