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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들 공세속, '블랙 호크 다운' 다시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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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부터 27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흥행가에서, 지난 주말 나란히 개봉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휴먼 전쟁드라마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과 디즈니의 가족 코메디 '스노우 독(Snow Dogs)'이 많은 신작들의 공세속에서도 각각 1,701만불과 1,308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지난 주말에 이어 1위와 2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였다.

프로미식축구 슈퍼 볼 게임과 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 등 앞으로 다가올 굴직한 이벤트들을 피해가기 위하여 이번 주말 일찌감치 전국개봉에 돌입한 영화들은 무려 다섯편에 달했다. 이들중, 가장 높은 흥행수입을 기록한 영화는 워너 브러더즈 사의 10대용 로맨스물 '워크 투 리멤버(A Walk to Remember)'로서 1,218만불을 벌어들여 3위에 랭크되었고, 알렉산더 뒤마의 고전을 다시 스크린에 담은 '몽테 크리스토 백작(The Count of Monte Cristo)'과 리차드 기어 주연의 초자연 스릴러물 '모스맨 프라퍼시스(The Mothman Prophecies)'가 각각 1,138불과 1,121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5위와 6위에 랭크되었다. 또, 이번 주말 전국개봉에 돌입한 숀 펜, 미셀 파이퍼 주연의 '아이 앰 샘(I Am Sam)'은 832만불의 수입으로 7위를 차지하였으며, 마지막 신작인 무술 코메디물 '쿵 포우(Kung Pow: Enter the Fist)'는 702만불의 저조한 수입으로 9위에 기록되었다.

한편, 맹렬한 흥행기세를 올리던 '반지의 제왕'은 3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에 따른 상영횟수의 제약과 골든글로브 상 수상 실패라는 이유 때문에 확연한 감소세를 나타내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780만불만을 추가하여 8위에 랭크되었다. '반지의 제왕'이 지금까지 북미에서 벌어들인 총수입은 2억 5,845만불이다.

신작들의 양호한 흥행세와 '블랙호크 다운'과 '스노우 독'의 꾸준한 흥행 파워에 힘입어 이번 주말동안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1,021만불에 달했는데, 이는 '웨딩 플래너'와 '세이브 라스트 댄스'가 각각 1,351만불과 978만불의 수입으로 1위와 2위에 랭크되었던 작년의 같은 기간(7,375만불)과 비교할 때 무려 49.4%나 증가한 수치이다.

이번 주 3위로 개봉한 '워크 투 리멤버(A Walk to Remember)'는 10대 소녀 관객들을 겨냥한 전혀적인 10대 로맨스물이다.

'병속에 담긴 편지'의 원작자이기도 한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웨딩 플래너'의 감독 아담 생크만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로맨스 커플로는 10대 아이돌 가수인 맨디 무어와 ABC TV의 '원스 앤 어게인(Once and Again)'의 세인 웨스트가 출연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10대 로맨스물답게 이 영화역시 90년대 중반 노스 캐롤라이나의 저지대를 배경으로 아무런 목적없이 소비적 삶을 살아가는 고등학생 랜던 카터(세인 웨스트)가 한때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이 놀려댔던 순수한 영혼의 제이미 설리반(맨디 무어)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소년에게 상해를 입힌 랜던은 사회봉사령을 받는데, 그 내용은 다른 학생들의 가정교사가 되는 것과 학교의 연극 클럽에 참가하라는 것. 연극 클럽에서 랜던은 목사의 딸이지만 기인같은 행동으로 놀림감이 되던 제이미를 만난다. 이내 그들은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삶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평론가들은 이 식상한 스토리를 가진 로맨스물에 일제히 혹평을 퍼부었다.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은 “선함(goodness)에 관한 영화와 좋은(good) 영화는 결코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하였다.”고 불평하였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마이클 레흐트샤펜은 “하품과 조소만을 부를 뿐.”이라고 일축했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로버트 K. 엘더는 “(맨디) 무어가 처음으로 출연한 메이저 극영화가 바닥수준의 멜로드라마라는 것은 정말 슬픈일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 주말 5위로 개봉한 '몽테 크리스토 백작(The Count of Monte Cristo)'는 1908년 이후로 수없이 영화 또는 TV물로 제작되어온 알렉산드 뒤마의 동명 원작에 대한 최신 스크린 버전이다.

93년에 뒤마의 또다른 고전 '삼총사'를 새로운 감각으로 제작, 히트시킨 바 있는 디즈니 산하 뷰에나 비스타 사가 다시 한번 제작에 나섰다. 메가폰을 쥔 이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91년작 '로빈 훗'을 연출했던(그리고, '워터 월드'가 기록했던 재난적 흥행손실의 한복판에 서있었던) 케빈 레이놀즈. 이미 '로빈 훗'의 흥행을 통해 고전의 영화화 실력을 입증해 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서도 “우정과 배신, 사랑과 상심, 그리고 액션과 모험 등 매혹적인 줄거리의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하였다.

에드몽 단테('프리퀀시', '엔젤 아이스'의 제임스 카비젤)는 아름다운 메르세데스와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는 젊고 정직한 선원이다. 하지만 그의 행복한 삶은 메르세데스를 차지하려는 욕망에 불타는 단짝 친구 페르낭('메멘토'와 'LA 콘피덴셜'의 거이 피어스)의 교활한 배신으로 산산조각이 난다. 외딴 섬에 위치한 감옥에서 무려 13년간이나 갇혀 지낸 에드몽은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는데, 그와 같이 억울하게 감옥에 온 늙은 죄수 파리아(최근 '해리 포터...'에 출연했던 명배우 리차드 해리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고 부마저 거머쥐게 된다. 사회에서 베일에 쌓인 부자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한 에드몽은 이제 복수를 실행하는데...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관심은 과연 이와 같은 구식 분위기의 영화가 현재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하는 점으로 모아졌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었는데,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만들어졌던 모험물들과 같은 부류의 영화로서 너무나 전통적이기에 오히려 새로워 보인다.”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었고,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 역시 “역설적으로 영화가 유행에 무관심했던 덕분에 이 옛날 스타일의 오락물은 산뜻하게 느껴진다...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평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스티븐 헌터는 “최고로 잘 만든 옛 스타일 영화.”라고 칭찬하였다. 또, CNN의 폴 타타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구식풍의 즐거움.”이라고 박수를 보냈으며,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는 “즐거운 오락물.”이라 칭하는 등 평론가들은 이 고풍스러운 영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주 6위로 선보인 '모스맨 프라퍼시스(The Mothman Prophecies)'는 일찍이 펄 잼의 뮤직비디오 ‘제레미’로 MTV 뮤직 비디오 상을 수상했고, 99년에는 극영화 데뷔작 '함정'으로 평론가들과 스릴러 매니아들을 흥분케했던 마크 펠링턴 감독이 새로 선보이는 ‘X-파일 풍’의 초자연 스릴러물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존 A. 킬이 쓴 동명의 원작을 '언더 시즈 2'의 리차드 헤이템이 각색한 이 영화의 출연진으로는 96년작 스릴러물 '프라이멀 피어'에서 공연했던 리차드 기어와 로라 리니를 필두로 '식스티 세컨즈'의 빌 패튼이 공연하고 있다.

존경받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존 클라인과 그의 부인 메리는 꿈에 그리던 집을 발견하고 계약하면서 행복감에 젖어든다. 하지만 계약까지 마치고 귀가하는 도중, 둘이 탄 차에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병원으로 옮겨진 메리는 이내 사망한다. 메리의 소지품을 병원에서 치우려던 존은 끔찍하고 기괴한 그림들로 도배되어 있는 스켓치 북을 발견하고, 그 이미지들 때문에 악몽에 시달린다. 어느날 밤, 워싱턴으로부터 차를 몰던 존은 길을 헤메게 되고, 자신이 생각한 위치보다 무려 400마일이나 떨어진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황폐한 마을 포인트 플레전트에 도달한다. 존은 그 마을에서 발생하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들을 조사하기 위해 포인트 플레전트 마을에 머무르기로 결심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이 모든 것들이 메리가 죽기 몇시간적 필사적으로 그렸던 스켓치 북의 그림들과 무관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동일한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전작 '함정'에 찬사를 보냈던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번 영화에는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죠 모겐스턴은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있는 별이 우리보다 뛰어난 생명체의 방문을 받았었다는 점을 증명하는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보다 덜 진보한 누군가에 의해 각본이 쓰여졌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빈정거렸고, 토론토 글로브 앤 메일의 릭 그로운은 “메이저급 영화가 가진 정체성위기를 지닌 마이너급 영화. 사실을 다룬 영화인 동시에 허구를 다루고,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끝까지 따분하다는 점에서...”라고 공격했으며,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소름이 끼치기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불만스러운 스릴러물.”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주말 7위를 기록한 '아이 앰 샘(I am Sam)'은 지금까지 4주동안 단 한 개의 극장에서 상영되다가 이번 주부터 확대상영에 돌입한 센티멘탈 드라마이다. 연기파 배우 숀 펜과 박스오피스를 이끄는 여성스타 미셀 파이퍼가 주연한 이 영화의 감독은 '스토리 오브 어스'와 '스텝 맘' 등의 각본을 담당했고, '코리나 코리나'의 연출을 맡았던 제시 넬슨이 담당하였다.

어린 딸 루시(다코다 패닝)를 키우는 샘 도슨(숀 펜)이 다른 아버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정신박약 장애자라는 점이다. 하지만 비슷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샘이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다른 아버지들과 마찬가지이다. 루시가 7세가 되자 루시의 지적 능력은 아버지 샘을 앞서게 되고, 사회복지 단체는 복지방침에 따라 루시가 새로운 양부모 밑에서 커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시를 곁에 두고픈 샘은 이들에 맞서 거의 이길 확률이 없어 보이는 법정 투쟁에 나서는데, 여성 변호사 리타 해리슨(미셀 파이퍼)이 그를 돕고 나선다. 과연 이들은 부녀간의 무조건적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사랑의 기적'의 로버트 드니로 또는 '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만 식 연기에 숀 펜이 도전하였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제작사인 뉴라인 시네마 사는 오스카 상을 겨냥하였음이 분명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우선 양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정말로 센세이셔날 연기였다. 숀 펜의 연기는 영화가 할리우드식 유행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단정으로 빠져들어가는 위험에서 구해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캐릭터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간 펜 덕분에 영화는 마법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의 연기는 ('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만 조차도 질투할 만 했다.”고 평했으며, LA 타임즈의 케빈 토마스는 “정말 감동적이고 쉽게 와 닿는 작품.”이라고 박수를 보냈고, ABC 뉴스의 조엘 시겔은 “처음에는 TV 영화감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한 이후, 끝날 때까지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며 감동을 표현했다. 반면, 이 영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물론 그들조차 펜의 연기가 훌륭했음에는 동의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리타 켐리는 “착한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우화.”라고 공격하였고,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는 “작위적이고, 교묘하게 꾸며졌으며, 뻔뻔스럽게 센티멘탈로 무장한 영화.”라고 칭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오웬 글라이버맨은 “저능한 감상주의의 멍청한 추락.”이라고 일축하였다.

이번 주말 개봉작중 가장 낮은 9위에 랭크된 '쿵포우(Kung Pow: Enter the Fist)'는 '에이스 벤추라 2'의 연출을 맡았고, '너티 프로페서 2'와 최근 히트중인 '지미 뉴트런: 천재소년' 등의 각본을 담당했던 스티브 오데커크가 직접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엉터리 무술 코메디물이다.

악마와 같은 무술 유단자 마스터 페인의 손에 부모를 잃은 ‘선택된 자’(스티브 오데커크)는 복수의 일념으로 쿵푸를 단련해 나간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이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오데커크가 채택한 새로운 제작 방식때문이다.

1966년에 명감독 우디 알렌이 일본 스파이 영화를 다시 더빙하여 코믹 영화 '타이거 릴리(What's Up, Tiger Lilly?)'로 탈바꿈시킨 것처럼, 이 영화에서 오데커크는 1977년작 홍콩영화 '호권학권(Tiger and Crane Fist)'를 사들여 재더빙하였고,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을 포함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씬을 군데군데 삽입하여 영화를 완성하였다. 오데커크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한 영화에 대하여 “쉽게 말해서 내가 지금까지 만든 코메디물 중 가장 거친 작품이다.”고 자평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 대해 평론가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영화의 수준낮은 완성도를 우려한 탓인지 평론가들을 위한 별도의 시사회를 개최조차 하지 않았지만, 일반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극소수의 평론가들은 일제히 혹평을 가했다. 그 예로 뉴욕 타임즈의 로렌스 반 겔더는 “아무런 영감이 없는 만용에 불과했다.”고 혹평을 퍼부었으며, TV 가이드의 매이트랜드 맥도너는 “쿵후 영화들이 양산되는 때, 그들을 조롱했다면 위트가 돋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을 조롱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이다.”고 꼬집었다.

기타 이번 연휴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골든 글로브 상 시상식에서 극영화부문 작품상을 포함해 최다부문인 4개 부문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의 휴먼 드라마 '뷰티플 마인드(A Beautiful Mind)'가 1,153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4위에 랭크되었고, 10대 코메디물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가 442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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