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김재형PD가 말하는 '사극 보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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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내용 모두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사료를 토대로 작가가 상상력을 펼쳐 만든 창작물이죠."

경기도 일산의 SBS 탄현제작센터를 찾아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의 연출자인 김재형(66.사진) PD를 만나 사극을 보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金PD는 1962년 한국 최초의 사극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서궁''한명회''이화''왕도''용의 눈물' 등을 연출했다.

-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청소년은 물론 일부 성인까지도 드라마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정 인물의 사생활을 담은 사료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한 인물의 족적을 따라가며 '이럴 수 있었겠다'고 가정해 창작합니다. 여인천하의 내용도 모두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사료를 토대로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것이죠.자칫 역사 왜곡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왜곡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역사의 큰 줄기를 따라 있음직한 상황을 만들어 살을 붙이는 작업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드라마는 역사 교과서가 아닙니다."

-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살을 붙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인물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먼저 봅니다.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해당 인물의 세계를 대강 그릴 수 있습니다. 또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쓴 논문을 많이 참고하죠."

- 특별히 사극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사를 토대로 극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96년부터 1년반 동안 KBS1 TV에서 방영한 용의 눈물 이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청자들이 정사 사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우리나라 사극의 전환점이 된 겁니다. 선 굵은 선조들의 모습을 장엄하고 박진감 있게 그려나가면 시청자층을 넓힐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 앞으로 사극 연출가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말씀을 해주세요.
"다양한 종류의 역사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러면 거기서 극으로 다룰 수 있는 인물이나 사건이 눈에 띄죠. 그 다음 발휘해야 할 게 상상력입니다. 무한하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수백년 전의 이야기를 끌어내 시청자들 앞에 펼쳐놓는 겁니다."

임오영.황이원.이소정(본지 학생명예기자, 서울 동덕여고2.양정고2.장위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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