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의 리더들] KBS 아나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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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TV 아나운서는 흔히 ‘방송의 꽃’이라고 불린다.젊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대표적 직업으로 자리 잡은지 이미 오래고, 최근에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나운서들은 밖에서는 화려하게 볼지 몰라도 실제로는 ‘3D’업종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언제나 스탠바이(stand-by)해야 하고,휴일과 휴가는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다.

KBS에서 주말 5시 뉴스 등을 진행하는 홍소연(31)아나운서,TV 생활법정 등을 진행하는 신성원(30)아나운서를 KBS별관 C스튜디오에서 만나 아나운서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아나운서의 꿈은 언제부터.

▶홍소연=고교 시절 방송반 활동을 하며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방송제를 준비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내 적성에 딱 맞는다는 생각을 가졌죠.일도 하면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신성원=중학교 3학년 때 방송국을 소재로 한 영화 ‘브로드캐스트 뉴스’를 봤어요.이후 방송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게 됐죠.취업 준비하던 대학 4학년 때 방송아카데미를 다니며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아나운서 생활을 하며 어려운 점은.

▶홍=방송에서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숨겨야 합니다.일부러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입사 초반 털털한 성격이라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그러나 뉴스 진행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은 뒤 차가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죠.

▶신=아나운서에게 방송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1분 짜리 리포트를 위해 추운 겨울날 바람 부는 바다에서 하루종일 고깃배를 탄 적도 있었죠.몸이 아프고 힘들 때도 마이크를 잡아야 됩니다.주변 상황에 관계없이 좋은 기분과 몸상태를 유지하는게 쉽지 않죠.

-기억에 남는 방송 실수는.

▶홍=뉴스를 너무 빨리 진행해 예정된 시간보다 1분 정도 빨리 끝낸 적이 있었죠.시계의 분·초를 바꿔 봐 착각한 것이었지요.계획에 없던 날씨 뉴스로 대충 둘러 대고 허둥지둥거렸죠.밖에서 PD선배는 서둘러 광고를 집어넣는 등 엉망이 됐어요.얼마나 시청자들이 이상하게 봤겠어요.1분이었지만 거의 1시간 이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신=저는 반대 경우예요.뉴스가 길어진다 싶어 PD가 그만하라는 신호를 냈습니다.근데 제가 그 표시를 못 본 거죠.사실은 고개를 한번도 들지 않고 계속 읽기만 해서 몰랐던거죠.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쿵쾅쿵쾅’하는 소리가 났어요.화가 난 PD선배가 스튜디오 유리창을 주먹으로 치고 있었습니다.너무나 겁이 나서 뉴스가 끝난 뒤 줄행랑을 쳤죠.

-아나운서의 영역파괴 현상에 대해서.

▶홍=좋다 나쁘다 이분법적으로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다만 재능이 있다면 자신의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게 방송 환경이 변했죠.그러나 아나운서의 기본을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전문화로 가는 과도기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다양한 프로그램에 아나운서가 투입되는 것은 프로그램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단지 시청자들의 머릿 속에 그려지는 ‘아나운서’의 모습과 달라 생소하게 느껴지는 거겠죠.

-목소리·표정 관리는 어떻게.

▶홍=워낙 건강한 체질이라서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24시간을 말해도 전혀 지치지 않는 무쇠체력이랍니다.(웃음) 그러나 방송할 때마다 표정관리에는 신경을 쓰죠.2∼3년차 정도 되니까 방송용 표정이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신=아침에 뉴스를 하려면 목소리 관리를 특히 잘해야 합니다.출근하면서 차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여러 톤으로 불러보기도 한답니다.영 목소리가 안 나오면 큰소리를 질러 보기도 하죠.항상 웃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밝은 표정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홍=뉴스진행 이외에 음악 프로그램도 맡고 있습니다.앞으로 영화쪽도 진행하고 싶어요. 아나운서 일을 그만 두더라도 방송 관련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방송국엔 재미있는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신=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맡아왔고,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요.이 분야에서 단단히 뿌리내리고 싶습니다.현재 대학원에서 언론홍보를 전공하고 있습니다.기회가 닿으면 박사과정까지 하고 싶어요.

-아나운서가 되고픈 후배들에게 한마디.

▶홍=아나운서도 다른 직업과 별다른 게 없습니다.유명해지고 싶어서,혹은 화려해 보여서 아나운서가 되려는 사람은 절대 사양합니다.궂은 일도 많이 맡아야 하고,육체적으로도 힘듭니다. 바빠서 친했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싶어요.

▶신=내가 왜 방송을 해야하는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아나운서는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직업이죠.행여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얻는 것이 많을 겁니다.

글=강병철 기자,사진=임현동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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