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주역들 “그때 결정 옳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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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블레어(左), 부시(右)

이라크 전쟁을 기획한 것은 네오콘이라 불리는 미국의 신보수강경파였다. 알카에다가 미 본토를 공격한 9·11테러 이후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전쟁을 밀어붙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한 전쟁 주역들의 근황을 AFP통신이 전했다.

 조지 W 부시(66) 전 미 대통령은 이라크전 총지휘자였다. 전쟁 두 달이 지난 5월 1일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 갑판에서 “임무 완수”를 선언할 때만 해도 승장으로서 의기양양했다. 이듬해 민주당 후보 존 케리(현 국무장관)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라크의 끝없는 혼란과 유혈사태는 그를 영웅이 아닌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하게 만들었다. 퇴임 때 지지율은 27%로 역대 최악 수준이었다.

 부시의 푸들이라는 오명을 썼던 토니 블레어(60) 전 영국 총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고로 성공한 노동당 총리로서 세웠던 많은 업적도 이라크전 참전 결정으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그는 1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침공이 없었다면 이라크인들이 후세인에 대항해 일어나 지금의 시리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7년 은퇴 후 전 세계를 누비며 활발하게 강연을 하고 있다. 종종 고액의 강연비가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영국보다는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은 편이다. 중동평화특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딕 체니(72) 전 미 부통령의 신념은 아직도 확고하다. 곧 개봉될 ‘딕 체니가 본 세계’라는 영화 제작 중 4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한 그는 “사랑을 받으려면 영화 스타가 돼라”며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강조했다. 부시 1기에 그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2기에는 부시조차도 그의 결정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부터 미 정부의 주요 결정에 참여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이라크전 승리로 일약 스타가 됐다. 하지만 예산 절감을 위해 경량·하이테크화한 군이 이라크 점령군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퇴역한 장군들은 2006년 그의 전쟁 계획은 최악이었다고 비난했다.

 폴 울포위츠 국무부 부장관은 가장 먼저 이라크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 중 하나였다. 현재 싱크탱크 연구원으로 있는 그는 “대중에 호소하는 방법이 침공에 대한 지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이었다”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이슈가 대량살상무기(WMD)였다”고 술회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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