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잇단 계파해체 선언, 야권의 진정한 변화 낳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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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통합당 내 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인 486 정치인들이 주축인 ‘진보행동’이 어제 해체를 선언했다. 대표 격인 우상호 의원은 “2010년 10월부터 진보행동이란 독립된 정치블록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기존 계파의 벽을 완전히 뛰어넘지 못했다”며 “민주당은 계파정치를 해결하지 않고 혁신할 수 없다. 먼저 486 진보행동부터 해체하겠다. 더 이상 486이란 과거 인연으로 모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과 5일 전에도 초선 의원들이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배타적인 의사결정, 불공정한 나눠먹기식 인사 등의 폐해를 낳은 당내 계파정치는 이제 청산돼야 한다”며 “우리는 당내의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겠다. 당내 유력 인사들도 우리를 더 이상 계파로 묶거나 줄을 세우지 말라”고 요구했다.

 ‘계파정치 청산’은 민주당의 해묵은 과제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꾸려진 비대위에서도 계파정치 문제가 주된 논제였다. “계파 싸움하는 건 조각배 위에서 서로 선장 하겠다고 싸움질하는 것” “계파정치는 쓰나미가 와 집을 다 쓸어갔는데 냉장고·TV 챙기는 격”(문희상 비대위원장)이란 진단이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계파정치 청산이 필요하다”는 것 외엔 어느 것 하나 공감대를 이루지 못할 정도로 분열상이 극심한 게 민주당의 오늘이기도 하다. 지금껏 대선 패배 원인을 두고 계파별로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계파를 해체하겠다”는 게 계파적 행보로, “계파정치를 청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상대 계파를 공격하는 행위로 해석되고 있는 실정이다. “계파정치는 불치병”이라고 한탄하는 일각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사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친소(親疏)관계가 없으려야 없을 수 없다. 이념과 노선, 정체성에 따라 크든 작든 무리 짓는 게 당연하다. 계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당의 진정한 문제는 다른 계파를 무시하고 배제하는 계파주의, 당의 이익보다 계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계파 패권주의적 행태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에선 민주적이면서도 강한 리더십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당의 얼굴로 뽑히는 것 같은데 곧 물러나곤 했다. 민주당이 출범한 지 1년2개월인데 당의 수장(首長)이 6명이라면 그게 정상적인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계파정치로 인해 리더십이 흔들렸고 리더십이 흔들리는 와중에 계파정치는 더욱 강화되는 꼴이었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인가 싶을 정도로 공당의 모습을 잃어갔다. 이른바 도당(徒黨)으로의 악순환이었다.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계파보다는 당, 더 나아가 국민을 앞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산다. 민주당이 살아야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도 견제할 수 있다. 잇따른 계파해체 선언이 민주당이 사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