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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역사 간직한 '명예의 전당'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후 3시 서울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http://www.ani.seoul.kr)옆에 새로 만들어진 '만화의 집'.

22일부터 시작되는 일반 공개에 앞서 '둘리 아빠' 김수정씨, '우리만화발전을 위한 연대모임'의 김형배 회장, 부천만화정보센터 조관제 소장 등 유명 만화가와 고(故) 신동우 화백의 아들 신찬섭씨 등 원로 만화가 가족 50여명이 이곳으로 초청됐다.

신화백의 그림 원고를 바라보던 김수정씨가 말했다. "'둘리' 그리고 난 지 얼마 안되서 신선생님을 뵈러 화실로 찾아갔는데 선생님이 '어, 에이스 왔네'하시는거야. 얼마나 쑥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럽던지."

그러자 주위의 누군가 답했다. "에이, 선생님은 누가와도 '에이스 왔냐'고 그러셨어요. 후배들 치켜주시는게 선생님 특기인 거 몰랐어요."

좌중에 잔잔한 웃음이 흘렀다. 이어 이들은 한국 만화사를 한눈에 조망하도록 한 '역사관', 유명 작가들을 소개하는 '작가관', 그리고 분기별로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기획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개관 기념전은 초창기 국내 만화를 개척한 5명의 작품세계를 전하는 '유고 작가전'. '현대만화의 씨앗'으로 불리는 '코주부'의 김용환, '최후의 밀사'등 첩보물로 '극적 연출의 달인'소리를 들었던 박광현, '성웅 이순신'등 민족정신을 추구했던 박기당, '약동이와 영팔이'로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했던 방영진, 그리고 '홍길동'의 신동우 화백이 남긴 생전의 육필원고, 붓, 사진, 편지, 취재노트 등이 눈길을 끌었다.

1950~60년대 '대본소'책꽂이에 쌓여있던 빛바랜 표지의 만화책들과 70년대를 풍미했던 '소년중앙''어깨동무''새소년'등 어린이 잡지들은 그 시절의 추억들을 보다 선명하게 이끌어 내기 손색이 없어 보였다.

특히 만화사에 공헌한 이들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에는 1차로 선정된 신동헌.김종래.길창덕.김성환.고우영.김산호.오명천.윤승운씨 등 10명이 청동부조로 다시 탄생했다.

만화 관련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미니 액정화면으로 상영하는 영상 트리와 그시절 만화 가게의 풍경을 재현한 닥종이 인형들을 지나 기획 전시관으로 들어가면 모형으로 만들어진 만화 주인공 20여명이 반갑게 맞는다.

지난해 8월 모형 공모전에서 입상한 '로보트 태권V''달려라 하니''독고탁''머털이'등은 색다른 볼거리다. 이와 함께 산뜻하게 확장된 1층 자료 정보실에서는 1만4천여권에 달하는 국내외 만화책과 만화 관련 전문 서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년간의 노력 끝에 선보인 '만화의 집'에서 전시물의 역사는 1990년에서 그쳐 있다. 공백으로 남아있는 최근 10여년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는 만화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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