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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억만장자의 월4억원짜리 육아

중앙일보

입력

세살배기 아이의 한달 양육비는 얼마면 될까. 놀랍게도 32만달러(약 4억1천6백만원)는 있어야 된다는 게 미국 프로테니스 스타였던 리사 본더 커코리언(36)의 주장이다.

미 MGM 영화사 회장인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85)의 전처인 그녀는 최근 딸(키라.3)의 양육비로 상식을 초월하는 거액을 청구해 '보통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리사는 1998년 81세의 커크와 결혼했다가 한달 만에 이혼했는데 키라는 이 결혼 이전에 리사가 낳은 애였다.

32만달러면 웬만한 회사원 연봉의 몇 배나 되는 돈인데 어떻게 세살배기 애가 한달 안에 다 쓸 수 있을까.

그녀가 이달 초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제시한 예상 지출 내역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전용기를 이용한 여행비 14만4천달러, 친구들과의 파티비 1만4천달러, 외식비 5천9백달러, 장난감.동화책 구입 등 문화비 1천4백달러, 불우이웃에게 나눠줄 돈 7천달러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사의 변호사는 "전세 요트 비용은 빼 청구액이 줄었다"며 한술 더 떴다.

리사는 그동안 커크가 주는 월 5만달러의 양육비도 모자라 있는 재산을 팔아가면서 딸과 호사스런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딸을 전용기에 태우고 뉴욕.프랑스 등으로 35회나 여행을 다녀왔다.

보통 미국인들의 '속을 뒤집는'일이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할리우드 주위에 사는 억만장자들의 육아 방식은 가위 충격적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퀸시에선 여섯살짜리가 입는 8백달러짜리 가죽코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베벌리힐스의 니먼 마르쿠스 백화점에선 4천2백50달러짜리 '버버리' 유모차, 3백25달러짜리 '로로 피아나' 유아용 양말 등도 인기다. 자녀의 생일 파티를 위해 3만달러를 주고 안무가들을 고용한 학부모도 있었다.

이런 풍조 이면엔 갑부들을 겨냥한 일부 업체들의 고가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허영심에 사로잡혀 돈을 가치있게 사용할 줄 모르는 일부 부유층의 물신주의(物神主義)적 행태야말로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인 듯싶다.

신중돈 특파원 jd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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