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세종문화회관 음향시설 확실히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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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특별음악회는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음악고문 곽승씨가 첫 지휘봉을 잡은 뜻깊은 무대였다.

난방 부족으로 객석을 가로지르는 공기는 다소 썰렁했으나 무대에서 펼쳐지는 음악은 사뭇 뜨거웠다. 공연개막 20분전부터 미리 무대에 나와 까다로운 악구를 연습하는 단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에서 지휘자의 표정과 동작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각 악기군의 활약과 앙상블을 지켜 보면서 서울시향의 밝은 앞날을 점칠 수 있었다. 음악감독의 역할과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에서 들려준 긴 호흡과 뜨거운 열정에서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서울시향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베토벤의 '고요한 바다와 행복한 항해'는 마치 새로운 선장을 맞이해 새로 출범하는 '서울호(號) '가 내는 기적소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서울시향의 앞날에 '고요한 바다'만 펼쳐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새 선장이 헤치고 나가야 할 큰 파도와 폭풍이 도처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무대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 개선 문제다.

현재 상태로는 잔향 시간이 짧은 데다 음향 반사판이 낡아 무대의 소리가 객석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 공연에서도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해야 할 정도다. 환풍기와 난방기에서 나오는 소음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세종문화회관측은 올해 하반기 대극장 문을 닫고 개보수 공사를 하면서 내부 마감재를 교체하고 객석 의자를 교체하면서 객석수도 줄인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아직 음향 개보수에 대한 별다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연장 개보수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것', 즉 음향에 있다.

이번 기회에 전문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아 제대로 고쳐야 한다. 개보수 공사가 실패로 끝나 관객에게 계속 외면당한다면 올해부터 심기일전해 연주에 임하는 서울시향 단원들의 노력도 허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직 음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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