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 상무 4전5기 우승 '불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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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상무)이라는 이름 석자에 농구광들이 열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미소를 머금은 '하마'의 한 동작 한 동작에 '미쳐버린다'.

16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세원텔레콤배 농구대잔치 남자부 결승. 상대는 대학 최고 센터 김주성(2m5㎝.18득점.12리바운드)이 이끄는 최강 중앙대였다. 외국인 선수가 빠진 프로팀을 상대로 져본 일이 없는 중앙대는 자신만만하게 4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중앙대는 먼저 현주엽을 넘어야 했다. 그러나 현주엽은 홀로 당양벌을 누비는 조자룡처럼, 장판교를 가로막은 장비처럼 길을 내주지 않았다. 25득점·17리바운드·5어시스트를 올린 현주엽의 수훈에 힘입은 상무는 전반 34-47의 열세를 뒤집고 87-84로 역전승했다.

상무로서는 역사적인 우승이었다.상무는 1993~94, 95~96, 96~97, 2000~2001시즌 등 네 차례나 결승에 올랐지만 한번도 타이틀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4전5기 우승으로 상무는 지긋지긋하던 결승전 징크스를 후련하게 씻어냈다.

징크스는 93~94시즌 시작됐다. 상무는 박광호(현 국민은행) 감독이 오성식·정재근 등을 이끌고 연세대와 맞붙었으나 맥없이 패했다.

95~96시즌에는 김진(현 동양 오리온스) 감독이 이상민·김승기·홍사붕 등을 이끌고 도전했으나 기아에 무릎을 꿇었고, 96~97시즌 장일(중앙대) 감독도 서장훈이 이끄는 연세대의 괴력에 눌렸다.

대잔치의 왕좌는 결국 다섯번 만에 젊은 지도자 추일승 감독과 지난해 입대,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신병 현주엽의 패기 앞에 문을 열었다.

3쿼터에서 9득점하며 추격의 불을 댕긴 현주엽은 78-78 동점을 이룬 경기 종료 3분 전 골밑에서 두 골을 빼내 82-78로 벌렸다. 종료 1분30초 전 손규완(17득점)이 3점슛으로 85-80을 만들자 순식간에 승부의 저울이 기울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현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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