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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약 아세요? 혈우병치료제 진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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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혈액은 생명의 근원이다. 온몸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공급하고,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것처럼 세포는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산소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세포는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괴사한다. 사고 등으로 피를 많이 흘렀을 때 생명이 위험한 이유도 비슷하다. 지혈되지 않고 출혈이 계속되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양 이하로 혈액이 줄어든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사망에 이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혈액은 몸 밖으로 나오면 딱딱하게 굳어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출혈 부위를 막는다.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인자가 결핍된 사람이 있다. 혈우병 환자다. 혈우병 환자는 피가 잘 응고되지 않아 지혈이 어렵다. 살짝 긁힌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는다. 가볍게 부딪쳐도 피부 안쪽에서 출혈이 발생해 멍이 든다. 근육·관절·장기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만일 치료 시기를 놓치면 관절 모양이 변형되거나 신체·지체 장애 같은 합병증을 얻을 수도 있다.

치료는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혈액에서 혈액응고인자를 모아 약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정제 과정을 거쳐도 B·C형 간염이나 HIV 같이 혈액으로 감염되는 질환을 모두 막을 수 없었다.

최근엔 유전자재조합 DNA기술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만든 약이 나왔다. 한국화이자제약에서 판매하는 ‘진타’다. 기존 혈우병치료제와 달리 인간·동물유래 물질을 배제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 정교한 나노 여과 정제공정을 추가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줄였다. 편리한 사용법도 장점이다. 환자 특성에 맞춰 투약할 수 있도록 용량을 세분화했다. 또 고용량 제품을 최초로 도입하면서, 복잡한 희석 과정을 간소화해 쉽게 약을 투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출혈 억제 효과도 뛰어나다. 과거 혈우병을 치료했던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출혈이 발생했을 때 진타를 투여했다. 혈우병 환자의 92.5%는 투약 1~2회만에 출혈이 멈췄다. 출혈 예방효과도 있다. 혈우병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주 3회씩 진타를 투여했다. 그 결과, 환자의 43%는 한 번도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약은 영국·호주 등에서는 국가 단위 지정 혈우병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2월 출시됐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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