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이모의 커널 설치 - 에릭 레이몬드

중앙일보

입력

틸리 이모가 커널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여기서 틸리 이모는 한정된 기능만을 사용하는 컴퓨터 초보자이다.)

틸리 이모는 작년에 그녀의 조카인 멜빈이 사준 컴퓨터를 distro kernel로 돌리고 있다. 그 distro kernel은 컴퓨터에 있는 ISA 디바이스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다.

그녀는 가끔씩 일어나는 다운 현상에 불만을 갖고 있다. 멜빈은 전화를 통해 "아.. 그 버전의 커널은 몇가지 VM문제가 있어요. 새로운 커널을 설치해야 할것 같은데요?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걱정 마세요, 그냥 데스크탑에 있는 '커널 업데이트'아이콘을 클릭만 하면 되요" 라고 말해준다. 멜빈은 학교에서 500마일 거리에 떨어져 있다.

틸리 이모는 클릭을 한다. 그녀는 "커널 소스 다운로드중" 이란 메세지와 진행바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컴퓨터에서는 kernel.org의 미러 사이트에서 안정화된 브랜치를 다운로드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Red Hat이나 Mandrake의 RPM업데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아마도 그녀는 다른 배포판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는 386머신에 대해 컴파일된 커널 보다는, 자신의 AMD 애슬론 K6에 대해 컴파일된 커널을 원할 것이다. 자,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는 프로세서가 뭔지 모르고 있지만, 단지 멜빈이 빠른 커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만 기억하고 있다.

(틸리 이모는 아마 더 빠른 커널을 설치하면 그녀가 좋아하는 뜨게질-문양 웹사이트에서 보다 빠르게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틸리 이모는 프로세서 속도와 네트워크 속도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다소 혼동하고 있다. 하지만 상관 없다. 잘 디자인된 테크놀러지는 사람들이 자세한 것까지 몰라도 되게 해준다.)

그때 진행창은 "설정중..."이란 메세지로 변하면서 그녀의 하드웨어에 대한 몇가지 정보를 같이 보여줄 것이다. 이것은 GUI에서 작동하는 자동 설정도구다.

그러고 나서 "설치중..."이란 메세지가 나오면서 다른 진행바가 뜬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root 패스워드를 입력하시면 새로운 커널을 설치합니다."라는 메세지가 나오고,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당신의 새로운 커널은 부트 화면에서 '사파이어'라고 나올 것입니다. 리부트 할까요?"라고 메세지가 나올 것이다. 이제 그녀는 "예"를 클릭한다.

그녀의 컴퓨터가 리부트를 한다. 그녀는 부트 화면에서 새로운 커널 부트인 "사파이어"를 선택한다. 그녀는 로그인 해서 뜨게질-문양 웹사이트를 돌아다니고 다시 로그아웃 한다.

그녀가 "셧다운" 버튼을 클릭했을 때, 팝업창으로 "현재 사용하신 커널은 다음 부팅시에 기본 커널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 커널을 기본 커널로 설정할까요?"라고 나온다. 그녀는 "예"를 클릭한다. 이것으로 그녀의 커널 업그레이드는 끝난 것이다. 단지 마우스 클릭 4번과 한번의 패스워드 입력만이 필요하다.

우리는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세계 정복(;)을 원한다면, 위와 같은 작업들을 - 메킨토시 처럼 사용이 쉽거나 아니면 모든 수준의 시스템에서 사용과 관리가 쉽도록 -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해커들이 생각하고 있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들이 천재적인 프로그래밍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고 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틸리 이모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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