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만화 열기 식을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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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만화 출판계는 복간 만화와 더불어 기획 학습만화가 단연 강세를 보였다. 일반 출판사들이 만화시장에 뛰어들어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만화 삼국지』 등을 베스트 셀러에 올려놓았다. 의외였다. 학습만화는 그간 만화계에서도 만화가의 '부업'쯤으로 여겨지던 분야였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출간된 학습만화를 봐도 탄탄한 기획이 돋보이는 상품이 적잖다. 이우일의 『우일우화』, 이은홍의 『술꾼』 등을 내며 조심스레 만화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사회평론은 인물만화 시리즈 '만나보고 싶어요'를 선보였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총을 든 의사 체 게바라』 『록의 영원한 신화 비틀스』 등 1차분 세 권이다.

일종의 위인전이지만 인물 선정이 이채롭다.사회평론은 "전통적인 위인전을 탈피해 현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꿈과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살았던 인물들을 소개하려 했다"고 말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 미야자키 하야오』 『은빛 바퀴의 성자 랜스 암스트롱』 등 후속작들을 보면 이 시리즈가 담아낼 역사적 인물들의 스펙트럼이 짐작된다. 컬러와 흑백을 반반씩 섞은 극화체로 무게감을 실었다.

『떠돌이 검둥이』 등을 복간한 바 있는 산하도 중진 만화가 이두호씨의 『뿌리』로 명작만화 시리즈를 내놓았다. 두 권으로 구성된 『뿌리』는 이씨가 1979년에 발표했던 것을 새롭게 펴낸 것이다. 『임꺽정』 등에서 익히 알려진 구수하고 완숙한 그림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이문열 원작.이희재 그림의 『만화 삼국지』를 현재까지 30만부 넘게 팔아치운 아이세움은 명랑만화의 간판 작가 윤승운씨를 내세웠다. 『요철 발명왕 달 여행을 떠나다』에 이은 『요철 발명왕 공룡시대로 가다』는 관록있는 작가를 쓴 덕에 재치와 해학이 돋보인다. 올 컬러다.

학습만화의 붐은 전적으로 만화잡지가 잃어버린 어린이 시장을 흡수한 덕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같은 추세가 원작을 읽기보다는 가벼운 다이제스트를 선호하는 풍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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