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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에만 의존 말고 타구음·그립감 체크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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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호 21면

지난 1월 나이키골프와 10년, 2억 달러라는 거액의 후원 계약을 체결한 로리 매킬로이.

지난 1월 나이키골프와 10년간 2억 달러(약 218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후원 계약을 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 돈 때문에 5년간 썼던 클럽을 바꿨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매킬로이는 “돈을 보고 골프를 하진 않는다. 드라이버를 치는 순간 나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전보다 훨씬 멀리 치게 됐기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골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게 맞는 골프 클럽 고르는 요령

거리가 늘어난 건 사실이었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드라이브샷 비거리 5위(310야드)였던 매킬로이는 올해 1위(314야드)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방향성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드라이브샷 정확도 155위(56.61%)로 최하위권이었던 그는 올해 164위(50%)로 더 나빠졌다. 올해 4개 대회에서 두 차례나 컷 탈락하는 등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매킬로이는 “클럽이 아니라 스윙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클럽 교체에 따른 후유증이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스윙 머신’으로 불리며 전 세계 투어에서 39승을 거둔 닉 팔도(56·잉글랜드)는 “사람들은 매킬로이의 실력이 좋기 때문에 새 클럽에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클럽 브랜드가 원래 사용하던 것과 똑같이 만들어준다고 하더라도 타구감과 타구음, 클럽에 대한 믿음 등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은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매킬로이처럼 클럽을 바꾼 뒤 어려움을 겪는 프로들은 수두룩하다. 클럽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스폰서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7일 일본 골프 용품사인 카이도골프와 용품 계약을 한 박세리(36·KDB 산은금융)는 “충분히 클럽 테스트를 했더라도 클럽 교체에 따른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성적이 잘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선수는 물론 스폰서의 손해가 상당하다.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봄을 맞아 골퍼들을 유혹하는 각종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량, 강도, 타구음, 타구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업체의 PR광고에만 의존해 제품을 선택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중앙포토]

전문가의 피팅 받는 것도 방법
이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위 권유를 받거나 신제품 광고를 보고 솔깃해 제품을 구입했다가는 스윙이 망가지기 쉽다.

클럽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클럽의 중량과 샤프트의 강도다. 일반적으로 클럽의 중량은 골퍼의 키와 체중, 근력에 따라 결정된다. 클럽이 너무 무거우면 전반에 잘 치다가 후반에 체력 부담을 느끼면서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클럽이 너무 가벼우면 거리는 물론 방향성이 들쭉날쭉해진다.

샤프트의 강도는 헤드 스피드와 나이, 근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헤드 스피드를 기준으로 볼 때 90마일 후반의 골퍼는 스티프(S), 90마일 초·중반의 골퍼는 스티프레귤러(SR), 80마일 중반부터 90마일 이하의 골퍼는 레귤러(R)가 적당하다. 비거리가 길지만 공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면 샤프트가 너무 약하다고 본다. 반대로 방향성은 나쁘지 않지만 거리가 안 나면 샤프트가 너무 강하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나이는 물론 근력과 스윙에 따라서도 샤프트의 강도는 달라진다. 90마일의 헤드스피드를 낸다 하더라도 오버스윙을 하거나 피니시를 못하면 임팩트가 약해지기 때문에 두 요소에서 5마일씩을 빼고 80마일로 계산하는 것이 예다.

그립 두께도 고려해야 한다. 그립은 몸과 클럽을 연결해주기 때문에 골퍼에게 맞지 않을 경우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다. 만약 그립이 손 사이즈보다 크면 손의 악력이 세져 손목 회전이 덜 되고 샷이 오른쪽으로 밀릴 수 있다. 반대로 손 사이즈보다 작을 경우에는 손목 회전을 많이 하게 되고 왼쪽으로 당겨지는 샷이 나올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 매트시스템 이두영 스페셜리스트는 “일반적으로 클럽의 중량은 체중과, 샤프트 강도는 헤드 스피드와 비례한다. 여기에 개인차까지 고려해야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클럽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최적의 클럽을 찾기 위해 피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피팅을 받는 것은 병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피터는 골퍼의 상태를 진단해주는 의사이고 골퍼는 환자다. 병원에 갈 때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야 더 빠른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피팅도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피팅을 위해서는 자신이 공을 똑바로 보내는지, 드로(Draw·직선으로 날아가다가 왼쪽으로 약간 휘어지는 것) 또는 페이드(Fade·똑바로 날아가다가 오른쪽으로 약간 휘는 것)를 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체형 다른 사람 말 믿으면 곤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피터에게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프로 골퍼들은 클럽을 자주 바꾸지만 스펙은 늘 동일하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전에 쓰던 클럽을 가져가 정확한 스펙을 점검받고 큰 변화가 없는 범위에서 피터와 의견을 조율하면 좋다. 한국골프지도자협회 피팅 자문위원인 길제성 피터는 “비거리를 원하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방향성을 원하는 골퍼가 있다. 피터는 골퍼의 우선순위에 맞춰 클럽을 제작한다. 피터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럽에 대한 느낌은 만족스러운 선택을 위한 마지막 단추다. 느낌은 구체적으로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터의 조언을 받아가며 드라이버의 타구음이나 아이언의 손맛, 그립의 느낌 등을 체크하면 반드시 ‘필’이 꽂히는 클럽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정보에만 의존해 무턱대고 클럽을 선택한다면 만족감이 떨어질 수 있다.

가격이나 브랜드에 대한 맹신도 눈먼 선택을 하게 만든다. 가격에 맞춰 구매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클럽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유행을 따라 선택하거나 특정 브랜드의 제품만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두영 스페셜리스트는 “자신과 체형, 헤드 스피드 등이 전혀 다른 사람의 말은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좋은 클럽이란 고가나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피팅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골퍼만 하는 게 아니다. 초보자라고 해서 초보자용 약한 클럽을 쓰면 그 채에 익숙해지며 발전이 더뎌진다. 오히려 스윙이 완성되는 상황을 감안해 제작한 클럽을 쓰면 실력이 빨리 늘어 1년 뒤 스윙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다.

클럽 교체 효과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프로 골퍼들의 경우 하루 8시간씩 21일 정도를 투자할 때 바뀐 클럽에 적응한다고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 구력 3년 미만의 골퍼들은 새 클럽에 적응하는 데 6개월 정도 필요하다. 구력 5년 이상, 80대 초반의 골퍼들도 한 달 정도는 매일 1~2시간을 투자해야 새 클럽에 적응할 수 있다. 조바심은 금물. 효과를 빨리 보고 싶다면 그만큼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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