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독자 브랜드'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면도기 제조업체인 조아스전자는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올해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물량으로 이미 1백만대를 주문받았으나 이중 60만대만 응하고 나머지는 마다했다. 자체 브랜드 제품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회사 오태준 사장은 "세계 정상급 브랜드와 견주어 품질면에선 자신이 있지만 인지도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이 올해의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브랜드 경영'에 나서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에 휘둘리지 않고 국내.외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당장은 힘이 들더라도 OEM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승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이마트에 저가형 TV를 공급하며 유명해진 현우맥플러스는 수출물량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OEM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자체브랜드 '아이미디어'키우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우맥플러스 정찬두 관리본부장은 "지난해 수출액 약 5백억원 중 '아이미디어'라는 상표를 달고 나간 것은 10%정도에 그쳤지만 5년 내 이를 7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쿠'라는 브랜드로 대기업을 제치고 전기밥솥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성광전자는 외환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20년 동안 LG전자에 납품해왔으나 주문물량이 반이하로 떨어지자 과감하게 자체브랜드 출시를 결심한 것. OEM에만 머물러 필요없었던 마케팅팀을 새로 만들고 중소기업으로서는 거액인 50억원을 광고비에 쏟아붇는 등 과감한 승부수 끝에 불과 2~3년만에 업계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처음부터 자체브랜드로만 과감하게 승부한 경우도 있다. 세계 1백여개국에 프린터용 리필 잉크를 수출하고 있는 잉크테크는 1992년 회사 설립 직후부터 아예 자체브랜드를 들고 나왔다.

잉크테크 정광춘 대표는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지만 소액 수출을 거듭하면서 해외에서 먼저 우리 브랜드를 알아줬다"고 말했다.지난해 1천만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브랜드 경영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이나 디자인 등 자신만의 장점을 십분 살려 시장의 틈새를 헤집고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지탈웨이의 MP3플레이어 'MPIO'의 브랜드 경영 무기는 디자인. 기능성이 결합된 깜찍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지난해 산업자원부에 의해 세계일류상품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소형 가전의 본고장이라는 일본에서 30%를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김익태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자금과 마케팅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일단 교두보를 확보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