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태로 생사기로에 선 '아더 앤더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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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사태로 미국 5위의 회계법인인 아더 앤더슨이 직격탄을 맞고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아더 앤더슨은 독자적인 생존은 어렵다는 판단 아래 빅5 중 다른 회계법인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이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스트앤드영, KPMG 피트 마윅, 들로잇 투시 토마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등 나머지 회계법인들은 아더 앤더슨을 잘 못 인수했다가 엔론사태에 휘말릴까봐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일로 이미 신용에 금이 가 있던 앤더슨은 엔론사태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앤더슨은 수개의 회계스캔들에 휘말려 왔다.

지난해에는 사기혐의를 받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에 대한 회계감사를 잘못하는 바람에 회계법인에 부과된 벌금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700만달러의 벌금을 증권관리위원회(SEC)에 냈다.

또 선빔에 대한 회계감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선빔 주주들로부터 제소를 당해 1억1천만달러를 주고 화해를 했다.

회계감사 업무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00년에는 앤더슨 컨설팅(현재 이름 액센추어)과 결별하면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다.

액센추어와의 결별은 양사 모두에게 타격을 주었지만 규모가 더 큰 액센추어 보다는 아더 앤더슨이 충격정도가 심했다.

액센추어가 떠나면서 아더 앤더슨은 2류 회계법인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이번에 아더 앤더슨은 엔론 관련 자료를 임의로 파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법적시비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같은 문서 파기를 누가 지시했는지 문서파기상황을 당시 누가 알고 있었는지, 문서파기가 아더 앤더슨에 대해 SEC가 앤론 관련 문건을 요구한 이후에도 이뤄졌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이 부분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회계감사 관련 조사의 초점은 아더 앤더슨에 맞춰져 있지만 엔론 사태로 다른 회계법인도 조사의 대상에서 비껴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수년간 독립적인 회계 전문가들은 대형 회계법인들이 대기업들과 너무 유착돼 있다는 점을 비판해 왔었다.

기본적으로 이들 대형회계법인의 주수입이 이들 대기업에 대한 경영자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인 대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가 엄격할 수 없다는 것이업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대기업 고객의 잘못된 회계관행을 바로 잡으려 할 경우 대기업들이 다른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부적절한 관행을 알고도 눈감아주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 분석가들은 아더 앤더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다른 대형 회계법인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더 앤더슨은 지난해 매출 90억달러에 세계 84개국에 8만5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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