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앞두고 북, 정전협정 백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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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핵실험에 따른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반발해 정전(停戰)협정을 백지화하고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같은 내용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사령관 김정은) 대변인 성명의 형식으로 발표했다. 천안함 폭침 도발 등 군부의 대남공작 총책임자로 알려진 김영철 군 정찰총국장이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성명을 낭독했다. 성명은 한국시간 6일 오전1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최 5시간 전에 나왔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유엔 회원국들이 강제적으로 이행 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성명에서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은 악랄하고 집요하게 보다 강한 새로운 제재를 몰아오려고 발악적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특히 정승조 합참의장 등 우리 군 수뇌부가 북핵 공격 징후 시 선제타격론을 언급한 데 대해 “우리 역시 정밀 핵 타격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며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된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지난 1일 시작된 키 리졸브 등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가장 위험한 핵전쟁 소동이며 노골적인 군사 도발행위”라고 비난하곤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본격 진행되는 11일부터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 온 정전협정의 효력을 전면 백지화해 버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군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도 전면 중지하게 될 것”이라며 판문점의 북·미 간 군 전화채널을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올 7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겨냥해 평화협정 체결을 노리고 미국과의 통신선 차단 같은 압박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국 등의 적대행위에 대처해 보다 강력한 2차, 3차 대응조치를 연속적으로 취하게 될 것”이라 고도 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최근 원산비행장에 배치됐던 미그기를 강원도 통천군 구읍비행장으로 전진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동해안 전략기지인 원산비행장은 휴전선에서 100여㎞ 떨어져 있으나 구읍비행장은 휴전선에서 50여㎞ 떨어져 있어 이륙 직후 남하가 가능하다. 우리 군의 대응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준비 중인 육해공군 합동훈련과 관계가 있는지 분석 중”이라며 “국지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정용수 기자

◆ 전방 철책 절단, 군 한때 비상=이날 강원도 중·동부전선의 최전방 철책이 1m 정도 절단된 채 발견돼 한때 군에 비상이 걸렸다. 군은 점검 후 인위적 절단이 아닌 노후화에 따른 훼손이라고 설명했다.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사령관과 북한·중공군 사령관 사이에 체결된 군사협정. 6·25전쟁의 중단과 적대·무장행위의 완전한 중단을 규정했다. 북한은 정전체제 무력화를 시도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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