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검찰의 인사 고리부터 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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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또다시 논란으로 떠올랐다. 민정비서관 자리에 현직 부장검사를 앉히면서 편법 파견이 재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청와대와 법무부가 대충 얼버무려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중희 인천지검 부장검사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돼 지난 4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정 소문이 돌았으나 청와대와 당사자 모두 부인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선 때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이 방침이 뒤집힘으로써 검사가 민정비서관을 맡는 관례가 되풀이되고 말았다. 법무부 측 설명대로 “이 부장검사가 다시 검찰에 복귀하지 않기로 하고 간 것”이라고 해도 이 다짐이 실제로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간 역대 정부에서 검사들이 사표를 내고 민정수석이나 민정·사정비서관 등으로 근무한 뒤 대부분 검찰 조직으로 복귀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편법 파견이 법의 정신을 명백히 어긴 것이라는 데 있다. 1997년부터 시행돼온 검찰청법 제44조의2는 ‘검사는 대통령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즉 정치권력과 검찰의 인사 고리를 끊음으로써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도 편법 파견이 계속돼온 이유는 검사 비서관을 통해 수사에 입김을 넣고 싶다는 청와대의 계산과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검찰의 조직 보호 논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검찰 수사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명박 정부 때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의 공신력이 뿌리째 흔들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 개혁이 성공하려면 검찰을 활용하려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차제에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는 관행도 고칠 필요가 있다. 개혁을 망치는 건 외부의 저항이 아니라 내부의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