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이가 제일 웃긴다!~

중앙일보

입력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꼴통' 건달,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철없는 웨이터로 이미 영화판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류승범. 그가 방송국에 갔다.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의 주인공 철진으로 등장, 화제가 되고 있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배우 류승범. 시시껄렁 이 남자, 류승범. 그와 기분좋은 만남.

날라리, 방송국 가다


연기를 해야겠다거나 ‘배우’를 꿈꿔본 적은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DJ를 하고 싶어 학교를 때려치웠다. 3년간 나이트클럽 DJ 생활을 했다. 친형 류승완 감독의 영화 제의에 재미있겠다 싶어 OK. 그 길로 배우 인생이 시작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의 실감나는 웨이터 연기는 어쩌면 방황하던 그 시절의 경험이 밑받침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2001년 11월. 날라리 류승범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의 까불거리는 고등학생 철진이 바로 그다. 촌스런 셔츠에 나팔바지 입고, 앞집에 살고 있는 버스 차장 연실이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다. 말이 고등학생이지 동네 건달쯤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참 잘한다. 진짜 건달 같다.

뭐를 하든 작품 속에 살아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과감히 드라마라는 영역에 도전했고, 그리고 일단은 성공했다. 꾸밈없는 자연스런 웃음과 실감나는 연기로 철진이라는 인물을 100%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류승범, 한동안은 거짓말할 줄 모르는 순수한 의리파 철진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화려한 시절, 이제부터 시작

'화려한 시절'로 확실히 뜬 걸 실감한다. 이미 두 편의 영화로 충무로 바닥에서는 널리 알려진 기대주이지만 거리에서는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좀 다르다. 어딜 가도 그를 알아본다. 연기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잘하려니까 부족한 부분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 그 자신이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아직은 어떤 배역을 염두에 두고 있진 않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날라리, 아웃사이더의 역할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멜로물에서 언제 그를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먼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르니가 연기했던 그런 아버지 역할도 하고 싶다. 배우 류승범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류승범, 그에게 거는 즐거운 도박

그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영화 보는 것도. 또 새벽에 집 앞 차 안에서 맥주 마시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인생의 어드바이저는 바로 자신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만큼 자신과의 대화가 많다.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거다.

그를 보고 있으면 즐겁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초등학교 때 교과서인 슬기로운 생활, 바른 생활 이런 거란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다.
오랜만에 찾아낸 멋진 남자 류승범. 얼핏 보면 생각 없는 날라리 같지만 류승범에게는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한 성숙이 숨어 있다. 10년 혹은 20년 뒤에도 변치 않는 그를 만날 것 같은… 배우 류승범에게서는 그런 기분좋은 예감이 느껴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