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 있는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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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비가 오고, 관중도 별반 없는 중에도, 「한국신」이니 「대회신」이니 하는 기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국체. 그 반면 이번 국체에서는 추문의 기록도 대단하다. 그렇지만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그 기록 중에 세계 만방에 국위를 떨칠 수 있는 것은 찾아볼 수 없으니 대회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은 결국 무더기 부정선수라는 추문뿐이 아닐까.
국민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서 대소 형형의 추문이 꼬리를 물고 나오는 판에 체육계만 유독 l백% 깨끗한 성인군자의 모임일 순 없다. 그러나 한 「팀」 속에 1백 명이 넘는 부정선수가 끼어서 1개 도「팀」이 와해를 면치 못하게 됐다면 추문치고는 좀 과한 추문, 가위 전대미문이라고 할까. 처녀가 어떻게 해도 할 말이 있다고, 당사자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과 변명이 있겠지만, 딴 건 다 제쳐놓더라도 체육인의 신조인 「스포츠맨 쉽」은 도시 어디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가.
근년에 와서 급격한 상승을 보여준 「스포츠」열에 반성할 점은 없는가. 국민 전체가 골고루 즐기고, 국민 전체의 체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스포츠」라는 전제는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선수 중심·단체 중심·행사 중심의 값비싼 「패전트」로 빗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의 부정선수사건은 흔히 듣는 체육계 추문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체에 참가할 선수를 모으는데, 「스포츠맨 쉽」이. 희생이 된 예로서 이번이 처음인지는 모르지만, 매년 입학기 전후해서 벌어지는 각 학교와 기업체가 서로 벌이는 소위 선수 「스카우트」전이 예외 없이 치열하고, 때로는 비열한 경지에까지 이르는 일은 누구나 다 아는 일. 실상 직업선수와 「아마추어」의 실질적 구별이 차차 모호해져 가고있고 무의미해져 가고 있다. 이번 같은 사건을 막는 길이 무엇인지 모른다. 문외한의 우견이지만 국체를 「올림픽」경기와 같은 모양으로 꾸며서, 「올림픽」에서 성별과 체위의 구분이 있는 종목을 제외하고는 중·고·대학부와 일반부라는 구차한 구분을 몽땅 없애버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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